중앙일보 2024. 6. 5. 00:01
대북전단, 생명 위협하지 않아
오물은 명백한 적대 공격 행위
민주당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
“한쪽은 삐라(전단)를 날리고 다른 쪽은 쓰레기 더미를 날리고 서로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세계인들이 과연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까? 생각하면 머리가 쭈뼛거리고 정말로 수치스럽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달 28일 밤부터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과 그로 인한 논란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이 대표는 북한에 대해 경고하고 무력 도발 중지와 대화 참여를 촉구했지만, 대북전단과 북한의 오물 풍선을 같은 선상에 놓고 언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양비론이다.
우리 국민이 보내는 책자와 유인물, DVD나 USB 드라이브 등은 모두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저장 매체다. 반면 북한이 보낸 풍선 속에는 담배꽁초, 폐지, 퇴비, 심지어 인분 등의 오물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도 인분을 투척, 투하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와 전혀 무관하다. 직접적이고 오해의 여지가 없는 공격 행위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를 대북전단과 같은 선상에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도 그렇거니와, 지난달 17일 발간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 담긴 내용은 더욱 그렇다. 그는 “수준이 저열한 대북전단은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인권의 토대가 되는 표현의 자유를 왜 이렇게 가볍게 여기는 걸까.
2020년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 당시의 여론조사를 보면 약 60%의 국민이 그 법에 찬성했다. 물론 현실적인 우려는 타당하다. 하지만 북한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북한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왔던 군사 독재 시절의 그것과 데칼코마니일 뿐이다. 대북전단에 반대한다면 시민 대 시민으로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법을 만들어 원천 봉쇄하는 것은 민주 국가의 운영 방식이 아니다.
https://v.daum.net/v/20240605000133665
北배설물과 한국전단이 어떻게 같나…오물풍선 양비론의 허점 [노정태가 소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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