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6. 18. 00:24
지난 한 주간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가 있었다. 도쿄에서 서쪽으로 차로 40~50분 떨어진 구니타치시(国立市)에 있는 신축 맨션을 철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후지산이 보이는 거리(富士見通り)로 잘 알려진 구니타치시는 도쿄도 절경 100선에도 꼽힌 곳이다. 이곳에 새 건물이 들어선 뒤 후지산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주민들 항의가 이어지자 건설사가 자진하여 이를 해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건설사가 다 지은 건물을, 그것도 계약자에게 양도를 한 달 앞두고 왜 철거한다는 건지 궁금했다. 문제의 맨션을 찾아가 보니 10층짜리 1개 동 건물이었다....오히려 주민들은 철거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분위기였다. 착공 전 거리 사진을 보면 주민 반발은 이해할 만했다. 구니타치 기차역부터 번화가가 후지산 방향으로 죽 뻗어 있고, 그 길을 오가며 바라보는 후지산은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었으리라.
20여년 전 구니타치시 주민들은 패소했지만 법적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판결에선 경관에 대한 지역민들의 보편적 권리를 인정했는데, 이는 2005년 ‘경관법’의 전면 시행으로 이어졌다. 각 지자체가 건축주를 상대로 건물의 높이나 외관 등에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사실 경관이나 조망은 누구에게나 허락돼야 할 보편적인 자산이란 점을 되새기게 한다. 한강을 병풍처럼 에워싼 아파트 단지들에서 언급되는 ‘한국식 조망권’에 위화감이 드는 이유다.
https://v.daum.net/v/20240618002436084
[글로벌 아이] 주민에게 후지산 조망권 돌려준 어떤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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