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6. 27. 00:10
美 상원의 ‘여름 의상 회동’ 전통
여야·지역·인종 넘은 화합 보여줘
고성과 막말로 지새우는 韓 국회
잠시라도 서로 존중할 순 없는지
올해 미국 상원의 시어서커 데이(National Seersucker Day)는 지난 13일이었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의 ‘화창하고 따뜻한 날’에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시어서커(오돌토돌한 촉감의 여름 옷감)로 지은 옷을 입고 함께하는 자리다. 시어서커는 화사하고 청량하다. 의장을 맡아 2014년부터 행사를 이끌고 있는 공화당 빌 캐시디 의원이 배포한 사진도 한결 산뜻한 분위기였다. “상원 의원들이 칙칙한 양복에 빨간색 아니면 파란색 넥타이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란 걸 보여주자”(1996년 트렌트 로트 의원)던 발족 취지 그대로다.
외국 의회에서 나온 사진을 보면서 지금 우리 국회에서 사라진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우선 화합이다. 올해 시어서커를 입은 의원은 모두 9명이다. 공화당이 5명, 민주당이 4명이고 여성이 5명, 남성이 4명이다....이날만큼은 여야가 정파, 성별, 지역, 인종을 초월해 어울리는 것이다. 실제로 조지타운대가 법안 여야 공동 발의 실적을 토대로 산출하는 ‘루가 초당파(超黨派) 지수’(Lugar Bipartisan Index)에서 이날 함께한 의원 중 7명이 상위 20위에 들었다.
누군가는 시시하고 실없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현실이 엄중하지 않아서, 한가해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게 아니다. 드레스코드도 엄연한 공감대(共感帶)다. 작은 공감대가 더 중요한 일을 함께할 발판이 된다. 적수(敵手) 앞에서 유머와 품위를 잃지 않으려면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는 여유 있을 때 생겨나는 게 아니라 애써 만드는 것이다. 고성, 막말, 조롱, 모욕, 꼼수, 독선, 저급(低級)과 부도덕이 일상이 돼버린 우리 국회의 정치인들에게 그 한 뼘의 여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https://v.daum.net/v/20240627001017258
[에스프레소] 미국에 있지만 한국엔 없는 ‘여름 국회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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