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4. 7. 20. 00:11
[작품편 113. 히에로니무스 보스]
‘희대의 문제작’ 숨은 진실 추적
<동행하는 작품>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
바보들의 배
건초 마차
이것은 서양 미술사 최고의 문제작이다.
언뜻 봐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짐작이 가질 않고, 대체 왜 이렇게까지 표현했는지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오죽하면 악마의 대변자가 그렸다는 말까지 돌았을까.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세폭화(Triptyque),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이다.
왼쪽 그림은 그나마 잔잔해보인다.
왼쪽 작품을 밑에서부터 삼등분으로 나눠볼 때, 먼저 절대자와 벌거벗은 남녀가 눈에 들어온다. 이는 하나님, 그리고 그가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 이브를 소개하는 장면으로 여겨진다. 이들 근처에는 별별 기이한 형태의 생물이 있다. 우선 쥐와 고양이, 새와 토끼 등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 보인다. 아울러 머리 셋 달린 새, 말의 얼굴을 한 해마 내지 고래, 책 읽는(!) 오리너구리도 볼 수 있다. 뒤편에는 열매가 가득 맺힌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잡았다.
반면 맨 오른쪽 그림은 맨 왼쪽 그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품는다.
이번에도 상중하 세 조각으로 잘라보면, 우선 가장 아래에선 감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참혹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수녀 옷을 입은 돼지는 한 사내를 끌어안은 채 코를 바짝 대고 있다. 길쭉한 코를 단 괴물은 앉은 자리에서 끝없이 무언가를 배설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사람이다. 아울러 들짐승에 파먹히는 인간, 하프 줄에 묶인 인간, 꽂히고 꿰어진 채 버둥거리는 인간도 발견할 수 있다. 보다보면 이들의 비명이 들리는 느낌도 든다.
보스가 왼쪽 화폭이 에덴동산을 그렸다면, 이쪽 화폭에는 지옥을 표현했을 게 확실하다.
이렇게만 따지면 이 그림을 그린 보스는 온전한 정신을 가지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그는 정말 본인이 악마의 계시라도 받았다고 본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목적으로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을 그렸을까.
알고 보면 이 그림은…충격적 ‘반전’
그러니까, 보스가 외려 신의 음성을 전파하기 위해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을 그렸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악취미 내지 악마의 귀띔 따위로 작업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https://v.daum.net/v/20240720001156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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