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내 딸 이 꼴로 둘 수 없어!”…女모델 ‘흘러내리는’ 어깨끈, 엄마까지 오열한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존 싱어 사전트 편]

바람아님 2024. 7. 27. 03:49

헤럴드경제  2024. 7. 27. 00:11

작품편 114. 존 싱어 사전트
‘셀럽 섭외’ 아름다운 초상화의 비밀
회심의 작품이었는데…
욕이란 욕만 다 먹었다?
<동행하는 작품>
마담 X
에드워드 달리 보이트의 딸들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부인. 제가 당신을 그려도 되겠습니까?"

1882년께, 프랑스 파리의 파티장. 화가 존 싱어 사전트가 비르지니 아멜리 아베뇨 고트로 부인에게 곧장 다가가 물었다. 당시 사전트는 스물여섯 살, 고트로는 스물둘 나이였다. 사전트의 갑작스러운 말에 고트로는 물론,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도 함께 놀랐다. 고트로는 부유한 사업가의 아내였다. 새하얀 피부가 매혹적인 미인이었으며, 남편을 두고도 남자가 끊이질 않는 팜 파탈의 여인이었다. 고트로는 눈에 띄는 외모는 물론, 옷도 잘 입고 교양까지 갖췄다. 그러니 어딜 가도 빛을 뿜었다. 진작부터 원로급 화가 등 많은 이에게 모델 제안을 받았지만, 돈과 인기 모두 아쉬울 게 없어 이를 족족 거절하곤 했다. 사전트는 이제야 주목받는 신예 화가였다. 그런 그가 당시 사교계의 가장 새침한 별에게 당돌히 손을 내민 것이었다.

"사전트 씨. 죄송해요."

고트로는 사전트의 제안을 뿌리쳤다. 악수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물러섰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손하지만 매몰찬 모습이었다.

사전트는 그녀, 그녀가 만나주지 않으면 그녀 이웃과 친구, 지인을 설득하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려주겠다"는 식의 약속도 거침없이 했다.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그 또한 그녀의 단아함에 푹 빠지고 말았을까. 물론 사전트도 고트로에게 호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사실 사전트는 다른 마음도 품고 있었다. 막 수면 위로 떠오른 사전트는 당장 더 빨리 제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 그의 장기는 초상화였다. 가장 '핫'한 인물을 기가 막히게 그린다면 곧바로 더 주목을 받을 것으로 확신했다.

사전트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다. 아이도 없었다. 독신 생활을 고집한 사전트는 1925년, 69세 나이로 영국에서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병이었다. 유화 900여점과 수채화 2000여점, 수많은 스케치와 드로잉을 둔 상태였다.

한편 사전트의 결정적 그림인 〈마담 X〉는 어떻게 됐을까.

이 그림은 고트로가 숨지고 1년 후인 1916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넘어간다. 스캔들 당시 사전트와 함께 도마 위로 오른 고트로도 평생 구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한다. 사전트는 미술관 담당자에게 이런 메모를 남겼다.

"나는 이 그림이 내 모든 작품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모델 이름은 공개하지 말아 주세요"


https://v.daum.net/v/20240727001159754
“내 딸 이 꼴로 둘 수 없어!”…女모델 ‘흘러내리는’ 어깨끈, 엄마까지 오열한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존 싱어 사전트 편]

 

“내 딸 이 꼴로 둘 수 없어!”…女모델 ‘흘러내리는’ 어깨끈, 엄마까지 오열한 사연[이원율의

편집자 주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는 방대한 내용과 자료의 초장편 미술 스토리텔링 연재물 '원조 맛집'입니다. 2년 3개월 넘게 매주 토요일 발행하는 이 기사들은 이후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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