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7. 22. 00:15
축구 넘어 사회를 바꾼 2002년 히딩크를 기억하라
한국 축구는 퇴보 중이고 한국 정치는 꿈이 메말랐다
영감을 불어넣 국민을 하나로 모아 역사 만드는 리더십이 그립다
그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만으로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게 언제였나? 1987년 민주화,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감격의 시대였다. 그 사이 IMF 외환 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2002년 한·일월드컵은 더 달콤하고 아름다웠다. 한국이 4강에 오르자 붉은 악마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환호성이 지축을 흔들고, 한국민 모두가 행복의 아지랑이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한국 축구는 스스로에 무지했다. 히딩크의 첫 진단은 기술은 괜찮은데 체력이 약하다는 거였다. 기존 인식과 정반대였다. 그때까지는 체력은 좋은데 기술이 약하다고 봤다. 국제 무대에 나가 강팀과 붙어 본 경험이 빈약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몰랐다......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축구 강국과 비교해 한국팀의 체력이 50%라면, 경기 내 의사소통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어린 선수는 선배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 잘못이 있어도 말하는 게 불가능했다.
또 하나의 병폐는 축구 외의 것이 축구를 지배한다는 것이었다. 히딩크의 신조는 축구에 의해, 축구를 위해, 축구를 통한 결정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축구가 정치가 되면 안 된다. 학연 등 연고주의는 한국 축구의 오랜 고질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그랬다.....히딩크의 축구는 그냥 축구가 아니었다. 한국민에게는 꿈 자체였다....축구를 바꾸라고 했더니, 한국 사회와 역사를 바꾸었다. 세계국가 대한민국이라는 21세기의 역사적 진로가 그때 결정되었다.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한국 축구계가 진흙탕에 빠졌다. 한국 축구는 퇴보하고 있다. 한국 정치는 더 심각하다. 진보 진영은 범죄를 유능으로, 거짓은 대안적 사고로 부른다. 보수 진영은 무능하고, 분열되고, 유치해졌다....그는 처음부터 우승을 꿈꾸었다. 꿈은 우리들 속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다. 오늘날 한국 축구, 한국 정치에는 꿈이 메말랐다. 국민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위대한 역사를 열어갔던 그때가 그립다. 우리 국민은 지금 그런 꿈에 배고프다.
https://v.daum.net/v/20240722001517082
[朝鮮칼럼] 한국인은 아직 원대한 꿈에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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