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8. 21. 00:28
민간부채 코로나 이전보다 급증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위험수위
한은과 정부는 문제해결 소극적
고통스러워도 부채 축소 나서야
자금의 융통, 즉 금융은 가계, 기업, 공공기관 등이 단기적 시야를 벗어나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다른 좋은 것과 마찬가지로 금융도 지나치면 문제다.
지금 한국은 부채가 너무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3년 말 한국의 GDP 대비 민간 부채비율은 222.7%로 OECD 38개 국가 가운데 네 번째로 높았다. 부채의 많고 적음은 역사적·문화적 차이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 코로나 팬데믹 직전에 비해 부채가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보다 민간부채비율이 높은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는 4년 동안 부채가 거의 늘지 않았거나 감소했고, 미국도 3.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한국은 4년 동안 민간부채비율이 26.5%포인트 증가할 정도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늘어났다.
단기간 내에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면 소득이 이에 따르지 못해 빚을 갚지 못하거나 파산하여 궁극적으로 금융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 특히 민간부채 중에서도 가계부채의 급증이 우려를 가중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4년 동안 가계부채비율의 증가 폭도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2024년 들어와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2022년 감소했던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2023년 다시 37조원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7월 말까지 25.9조원 증가하여 그 대출잔액은 1120.8조원에 이르렀다.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책임은 한국은행과 정부의 정책에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은행의 섣부른 기준금리 동결이 가계대출이 급증한 근본 원인이다. 한국은행은 2023년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미국 연준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렸음에도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정부는 어떠한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내놓았으나, 정부의 다른 쪽에서는 이에 반하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저금리 상품으로의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주택 관련 정책금융공급이 그것이다. 더 나아가 금융당국은 행정지도를 통해 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을 억제했다.
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1921)를 연상케 하는 ‘빚 권하는 사회’를 해결하지 않으면 가계의 고통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2023년 이후 한국은행의 통화금융정책은 국제금융시장의 정책 흐름과도 동떨어진 것이었고, 독립적이어야 할 중앙은행이 약속과는 달리 정부의 눈치를 보며 금융긴축의 강도를 높이지 않았다는 의심을 살만한 것이었다.
https://v.daum.net/v/20240821002817801
[정운찬 칼럼] 빚 권하는 사회,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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