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0. 16. 00:02
정상회담 급했던 역대 대통령들, 북핵 위협 의도적으로 과소평가
그사이 북은 강선 핵무기연구소를 첨단 반도체 공장 수준으로 키워
김정은 “기하급수적 핵무기 생산” 촉구… 현실 직시하는 대응 필요
북핵이 이 지경에 오기까지 한국 정치인들의 도움이 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이 핵을 개발할 리가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핵은 방어용이라고 했다. 맥매스터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핵은 방어용으로 그대로 두고 제재 해제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보수 지도자들 역시 비핵화에 속수무책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북핵의 실체를 부인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의도적인 무시 정책이다. 민족 공조를 내세워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핵은 골칫거리였다. 2006년 1차 핵실험으로 핵무기가 등장했으나 단순 도발로 치부했다. 그동안 정상회담 5차례를 포함해 남북은 667차례의 회담을 개최했지만 북핵 문제를 제기한 건 14차 장관급 회담이 유일했다. 북핵은 조미(朝美) 간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때로 ‘서울 불바다 발언’을 내놓는 북한의 강경 입장에 막혀 대화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회담 개최 자체에만 집중하느라 핵은 뒷전이었다.
국가정보원과 정보사령부 등 정보기관은 청와대 속내를 파악해 북핵을 과소평가하는 맞춤형 보고에 집중했다. 무기가 방어용인지 공격용인지 구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주관적인 왜곡이다. 혹시 민족주의 발상으로 남북한이 통일되면 북핵도 한반도 소유물이 될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면 핵무기의 속성과 국제 정치에 대한 무지다. 핵으로 무장한 통일 대한민국을 인정할 국가는 없다. 비핵화가 통일의 선결 조건이라는 점은 동북아 국제 정치의 초보적인 상식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평양 의사당 서쪽 강선으로 추정되는 핵무기연구소와 우라늄 농축 기지를 둘러보고 ‘기하급수적인’ 핵무기 생산을 촉구했다. 김정은이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할 정도이니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강선 원심분리기는 소형화, 경량화 및 표준화에 성공해 연간 10여 개의 핵폭탄 제조가 가능하다.
마침내 김정은은 국군의 날 기념사를 겨냥해 핵보유국 문전서 군사력을 거론한다며 윤 대통령을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핵보유국과의 군사적 충돌에서 생존을 바라고 행운을 비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협박했다. 북한은 1994년에는 재래식 무기로 ‘서울 불바다’ 위협을 하더니 2024년에는 핵무기로 위협했다. 소는 잃었지만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https://v.daum.net/v/20241016000203936
[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年 10여개 핵폭탄 생산 예고한 北, 이건 딥페이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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