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1. 4. 00:10
나라 경제 운명 가른 1971년 대선
빨치산 출신 박현채에 기반
대중 경제론 내세운 김대중 후보
중화학 공업론 내세운 박정희 후보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1970년대 대중 경제론이 통치했다면
세계적 제조업 강국 가능했을까
2012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등이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자들이 한결같이 ‘한국의 성공’을 거론했다. 독재자가 권력과 부를 장악한 ‘착취적 제도’의 북한, 사유 재산을 인정하고 민주주의를 이룬 ‘포용적 제도’의 한국은 제도의 차이가 국가의 성공·실패를 갈랐다는 학자들 주장에 딱 맞는 사례로 더없이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이론은 한국의 성공을 설명하는데 미흡한 점이 많아 보인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노벨상 수상자들의 ‘한국 칭찬’을 보면서 ‘1971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가정해보게 된다.
1971년 제7대 대선은 3선에 도전하는 박정희 대통령과 정권 교체를 내세운 신민당 김대중 후보가 맞붙었다. “논도 갈고 밭도 갈고 대통령도 갈아보자”는 김대중 후보가 돌풍을 일으켜 장충단공원 유세에 인파가 운집했다. 선거 직전 박 대통령은 “다음번 선거에 나오지 않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고 당선됐다..... 대선에서 두 후보의 경제 공약이 사뭇 달랐다. 박정희 대통령은 ‘중화학 공업론’을, 김대중 후보는 ‘대중 경제론’을 내세웠다.
김대중 후보의 1971년 대선 공약 ‘대중경제론’은 재야 경제학자 박현채씨가 토대를 제공했다. 박현채는 6·25전쟁 당시 빨치산에 투신했다 하산해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의 민족경제론은 한국 경제를 ‘식민지 종속형 자본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미국의 예속에서 벗어나는 자립 경제를 목표로 삼았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박정희 정권의 개발독재에 오래전부터 문제의식을 가졌다. 안티테제로 주창해 온 청사진이 나의 ‘대중경제론’”이라고 했다.....고루 성장하고 콩 한쪽도 나눠먹자는 이상은 근사하나 현실은 나눠 먹을 콩도 별로 없는 처지였다.
1971년 김 후보가 당선됐다면 1987년 6·29 선언보다 정치 민주화는 앞당겨졌겠지만 과연 박태준, 정주영, 이병철 같은 걸출한 기업인이 활약한 경제 기적이 가능했을까. 전 세계 바다에 떠있는 선박 절반이 ‘메이드 인 코리아’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세계 선두권을 달리며, 한국 무기를 앞다투어 사가는 오늘의 강한 수출제조업 경제는 1970년대에 박 대통령이 중화학 공업 육성을 목표로 철강·비철금속·기계·조선·전자·화학 6개 분야에 집중 투자한 결과다.
한국 경제의 성공은 단지 북한과 제도 차이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은 탁월한 리더십 덕에 가능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책에서 “포용적 정치 제도와 포용적 경제 제도는 서로 의지하며 확대되는 선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경제력이나 문화적 위상은 높아지는데 포용적 정치 제도에서도 정치판은 날로 저질화되고 있다. 제도도 결국 누가 운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도, 뒤로 후퇴하기도 한다.
https://v.daum.net/v/20241104001017284
[강경희 칼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설명 못하는 대한민국 경제 성공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베스트셀러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 , 제임스 A. 로빈슨 | 역자 최완규
출판 시공사 | 2012.9.27.
페이지수 704 | 사이즈 확인 중
판매가 서적 25,200원 e북 15,7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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