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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 한반도 정세 복잡해질수록 外交는 더 냉철해야

바람아님 2014. 6. 23. 09:09

(출처-조선일보 2014.06.23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 중장)

미국, 한국의 親中 경계하지만 中은 北을 '핵심이익'으로 유지… 日·러는 對北 경제지원 강화해
이럴수록 '統一' 의제에 집중해 遠美·嫌日 안 되도록 경계하며 전략적으로 국제정국 主導하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 중장금년 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국민적 통일 의지에 불을 지폈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우리 외교도 당연히 이 국가적 핵심 의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원래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敵)은 
적을수록 좋은 것이 외교지만 특히 통일 대박을 위해서는 '연미(聯美)·득중(得中)·우일(友日)·친러(親露)'해야 한다. 
한·미 동맹이라는 소중한 전략 자산을 더욱 튼튼히 한 위에 중국의 이해와 마음을 얻고, 러시아는 물론 
주먹다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일본과도 잘 지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일본은 싫든 좋든 자유 통일의
전략적 자산으로 만들어야지 우리 발목을 잡으려 들게 해서는 안 되는 나라다.

그게 어디 쉬울까만 경험은 있다. 냉전 체제 붕괴 후 유일 수퍼파워로 떠오른 미국의 국제 정치적 리더십이 굳혀질 때 우리는 '북방 정책'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이끌어내 그와 비슷한 그림을 그려냈다. 
그런 속에서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적 권위 기구와 전문가들의 '한반도 자유 통일 번영'에 대한 화려한 예언이 쏟아져나왔다. 
그랬던 주변 상황이 최근 크게 달라지고 있다. 우선 대규모 재정 적자로 허덕이는 미국은 세계 경찰국가의 부담을 내려놓으려 
한다. '다자적 집단 방위 체제'라는 새 독트린이 그것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치받히고 크림 반도에서는 러시아에 
모욕당하면서도 사실상 속수무책인 가운데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운 일본의 역할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각국의 입장 변화도 현란하다. 
우선 확고히 조·중(朝中) 동맹 위에 서 있던 중국은 점차 서울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행이지만 그 본심은 우리의 핵심 국익에
대한 태도로 가늠해 볼 수밖에 없는데 '북한 핵 폐기'에 대해서는 무의미한 6자회담이나 찾고 자유 통일에 대한 입장은 더욱 
불명확하다. 오히려 중국은 북한을 여전히 핵심 이익으로 보고 있고 한국과는 조공(朝貢) 외교의 복원을 꿈꾼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그런데도 미국은 "미국에 베팅하라"며 한국의 친중(親中) 접근을 경계하고 나섰다. 
"한반도 자유 통일을 통해 얻을 것은 많아도 잃을 것은 없다"던 러시아도 북한을 동진(東進)의 거점으로 보고 태도를 바꿔 막대한
현금(벌목공 임금)과 석유 지원 등으로 김정은 체제의 생명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에 제법 성실했고 북핵 제재에는 가장 적극적이었던 일본마저 돌연 북한으로 손을 뻗고 있다. 
저들의 턱없는 일탈(逸脫)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혹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대규모 경제 지원으로 김정은 체제나 살려내고 북핵 강화의 재원까지 공급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것이 '통일 대박'을 위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서둘러 되돌려야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이 갈등하는 각국을 함께 아우르는 일인데, 이럴 때 중요한 것이 상황을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다. 약소국이 무슨
주도(主導) 능력이 있겠나 싶을 테지만 약소국일수록 그래야 살아남고 미래를 열어갈 수도 있다. 냉전 시대 말(末)에도 그랬다.
또 의지와 용기·지혜가 문제일 뿐 그런 기회는 항상 열려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럴 때는 국가적 신뢰가 중요하다. 갈등하는 각국의 공감을 두루 얻어낼 최대공약수가 되는 논리와 미래 비전부터 잘 
정리해서 일관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흔히 비스마르크식 비밀 외교를 말하지만 국가 간의 갈등 요소 못지않게 협력 요소가
더 많은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자칫 우리의 설 자리가 없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물론 무조건 고개를 잘 숙인다고 외교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상대의 경멸을 사는 일은 금기(禁忌) 중 금기다. 때로는 
긴장의 증폭(增幅)도 감내하는 의연한 용기로 상대의 존중을 받아내야 한다. 우리는 그럴만한 국가적 역량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통일되기 전까지는 '을(乙)'일 수밖에 없다는 말에도 일리는 있다. 실은 그런 냉철함이 지혜의 원천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 사회가 갈수록 친중(親中)·원미(遠美)·혐일(嫌日)로 흐른다"는 한 미국 전문가의 우려에 공감이 간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의구심과 일본의 혐한(嫌韓)을 불러올 것이고 한반도 자유 통일에 전혀 도움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목표는 명확하고 행동은 냉철해야 한다. 오늘 우리는 통일이라는 핵심 의제에 집중해서 대중의 정서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냉철한 계산에 따른 전략적·실용적 외교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