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만물상 - 모디노믹스

바람아님 2014. 6. 25. 08:35

(출처-조선일보 2014.06.25 방현철 논설위원)


인도 타타그룹은 2008년 국민차 '나노'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공장은 서벵골에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농지 수용을 반대하는 농민 시위에 부딪혀 공장을 짓다 말고 두 손 들고 나왔다. 

코가 댓자나 빠진 타타그룹 회장 라탄 타타에게 휴대전화 문자가 날아왔다. '구자라트에 오는 걸 환영합니다.' 

구자라트주(州) 총리였던 나렌드라 모디였다. 타타는 나흘 뒤 구자라트로 공장을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모디는 타타에게 주정부 땅을 내주고 주변 농지까지 대신 사줬다. 

이걸 본 미국 포드와 프랑스 푸조가 구자라트에 자동차 공장 부지를 달라고 했다. 

시장과 기업을 중시하는 모디의 메시지가 확실하게 세계로 퍼진 것이다. 

구자라트의 성장률은 모디가 주총리를 맡았던 2000년대에 평균 6.9%였다. 인도 전체 성장률 5.6%보다 1.3%포인트 높았다. 

성공한 모디의 경제정책을 '모디노믹스'라고 불렀다.

만물상 일러스트


▶모디는 지난달 총선에서 인도국민당(BJP)이 압승을 거두면서 총리에 올랐다. 

국민은 모디가 구자라트에서 약효를 발휘한 '모디노믹스'에 기대를 걸었다. 

최근 시들해진 인도 경제에 다시 시동을 걸어주길 바라며 표를 줬다. 

인도는 작년 하반기만 해도 취약한 신흥국 다섯 나라를 가리키는 '프래자일 파이브(fragile five)'에 꼽혔다. 

외국인 자금이 빠지고 환율이 치솟았다. 

모디 총리 취임 후 주가는 오르고 외국인 투자는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인도 열차 시스템이 얼마나 뒤떨어졌는지 이런 우스개가 있다. 

외국인 비즈니스맨이 좌석을 예약하고 출발 시간 3~4분 전에 역에 갔더니 이미 기차가 플랫폼을 벗어나고 있었다. 

"예정 시간보다 먼저 떠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자 역무원이 말했다. "저 열차는 한 달 전 출발 예정이었던 열차다. 

당신이 탈 기차는 언제 올지 모른다." 모디의 첫 경제정책 카드가 철도 요금 인상이다. 

철도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25일부터 기찻삯을 14.2%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모디는 총선 때 세계 수준 항구를 건설하고 산업단지와 항구를 잇는 고속열차를 들여와 인도를 생산·수출 허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을 지키려면 4조4000억원에 이르는 철도 보조금을 줄여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모디는 "인도 경제가 건강해지려면 쓴 약을 삼켜야 한다"고 했다. 

한국 경제 앞엔 가계 부채, 공기업 개혁 같은 과제가 쌓여 있건만 사탕을 선물하겠다는 정치인들만 판을 친다. 


우리에게 '쓴 약'을 삼키라고 말할 지도자는 언제쯤 나타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