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北, 시진핑 '先 방한'에 불쾌감..겉으론 애써 외면

바람아님 2014. 6. 30. 10:54
내부선 '그 누구의 속국 될 수 없다'며 自主 목소리
반중 분위기 확산하며 중국 의존도 줄이기 총력할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바라보는 북한 지도부의 심기가 편치 않아 보인다.

북한 정권 수립 이후 혈맹 관계를 자랑해온 북·중 관계사에서 일부 굴곡에도 불구하고 중국 최고지도자가 북한보다 먼저 남한을 찾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아직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의 자존심과 체면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거기에다 시 주석의 방한은 북한이 연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는 등 남북간 극심한 대립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아직 북한은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타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개적인 비난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북한 지도부의 반중 경계심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26일과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석하에 새로 개발한 전술유도탄과 전술로켓 시험발사를 진행하고 이례적으로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시 주석 방한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전술로켓 시험발사 자리에서 "우리 인민에게 가장 소중한 평화적 환경은 그 누가 마련해주는 것이 아니고, 진정한 평화는 그 누구도 범접 못하게 자기의 힘이 강할 때에만 지켜진다"며 자위적 억제력을 천백배로 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전했다.

중국의 도움 없이 체제 수호를 위해 국방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속내는 최근 북한 매체에서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논조들이 자주 등장한 데서도 드러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25전쟁 발발 6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문암의 석수소리'라는 장문의 '정론'에서 "그 무엇도 조선을 누구의 노예로 만들 수 없고, 누구의 속국으로 만들 수 없다"며 생존을 위해 핵무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누구의 속국'이란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과도한 상황을 대변한 표현으로, 중국의 '핵포기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28일에도 1면 전체에 게재한 '편집국 논설' 형식을 통해 "제국주의자들의 그 어떤 강권책동도, 대국주의자들의 압력도 우리 인민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고 지적,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북한은 과거에도 중국과 껄끄러울 때마다 '대국주의'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해왔다.

이에 따라 북한은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내부적으로 반중국 교육과 사대주의 및 대국주의를 비판하는 사상교육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 정책을 펴는데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지난 4월 무역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고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러시아 기업이 참여토록 합의하는 등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및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일본과 납치자 문제 해결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정치적 고립과 경제적 실익을 노리고 있으며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과 원유 등을 중심으로 교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북한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북중관계는 부침을 거듭하며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중국 역시 북한을 외교적 레버리지로 계속 활용할 전망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로켓 시험 발사 등을 통해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한 불쾌감을 표현하며 '자주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북한의 반발에도 북중관계는 경제와 사회문화 교류를 통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