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朝鮮칼럼 The Column - 한·미관계와 차원 다른 한·중 관계

바람아님 2014. 7. 3. 08:40

(출처-조선일보 2014.07.03 김성한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前 외교부 차관)

美, 중·일 충돌 막는 균형자 능력… 韓, 미와 동맹의 끈 단단히 해야
정치적 공감대 가진 한·미와 달리 한·중은 경제 협력 토대로 발전
日 역사 왜곡 中 끌어들이지 말고 역사 문제와 안보 문제 구분해야

김성한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前 외교부 차관 사진일본이 메이지유신(明治維新·1868~1889)에 성공하기 전까지 아시아의 중심은 중국이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처럼 청조(淸朝) 중국은 일본이 대대적인 '국가 개조'에 나선 순간부터 '국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양 문물 수용을 위한 양무운동(洋務運動·1861~1894)이 청나라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일어났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개혁을 추진한 일본과 달리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침내 일본은 아시아 최초로 근대화에 성공하여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국에 대한 영토적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1894년 동학혁명 진압을 요청받고 조선에 들어온 청(淸)과 충돌했다. 

청일전쟁(1894~95)에서 중국을 완파한 일본은 러시아까지 무력으로 제압하며 아시아에 제국주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그러나 100년 후 동북아 상황은 달라졌다. 태평양전쟁에서의 패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신화'를 이룩한 세계 2위 경제 대국 일본은 1990년대부터 활기를 잃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바뀌는 가운데 2010년 마침내 일본의 GDP가 중국에 추월당했다. 1978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제 개혁이 30여년 만에 최고의 성과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청일전쟁 발발 직전 일본이 중국을 추월했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올해는 청일전쟁 발발 120주년이 되는 해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한 일본의 아베(安倍) 내각이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제를 

되살리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보통 국가'의 길로 달려가면서 중·일 간에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두 나라 국력 부침의 역사를 보면서 도출할 수 있는 시사점은 중·일 양국의 힘이 비슷해질 때 전쟁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조선이 청일전쟁의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이 약했고, 중·일의 힘이 비슷한 가운데 양국 관계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세력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 질서의 중심이었던 영국은 동북아의 세력 균형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2014년 동북아에서 미국은 중국과 일본의 충돌을 막는 균형자(balancer)로서의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동맹국이지만 중·일 간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에 보유해온 전략적 기득권에 중국이

도전하는 것을 동맹국들의 힘을 빌려 견제하고자 한다. 미국이 일본에 기대하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의 부담을

공유하는 것이지 전쟁이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이 동북아 세력 균형을 바탕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기 위해선 미국과 

동맹의 끈을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toward Asia) 전략은 그것이

중국 때문이건 다른 이유에 기인하건 중동에 치우친 미국의 전략적 관심을 상당 부분 아시아로 옮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아베 총리가 작금의 중·일 관계를 1차 세계대전 이전 영·독 관계에 빗대어 충돌 가능성을 시사하고 북·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오늘 이틀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표현되는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에 중·일 관계의 균형자 역할을 지속해주길 기대한다면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미국에 한·중 

관계가 한·미 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관계라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한·미 동맹 관계는 정치적 공감대가 아닌 경제 협력을 바탕으로 협력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는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다른 관계라는 확신을 가질 때 미국이 '진정으로' 한·중 관계의 발전을 환영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 방한 시 유의할 점은 이러한 전략적 범위 내에서 한·중 관계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을 세련되게 

구현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중 관계와 한·일 관계를 균형감 있게 관리해야 한다. '고노 담화' 훼손 등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는 중국을 끌어들이기

보다 한·일 양자 간에 다뤄나가면서 유엔이나 여타 국제기구 등 다자 외교 현장에서 공론화하는 것이 좋다. 

역사 문제를 한·중·일 3자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한·중이 일본에 대립하는 구도가 되어 북한 문제에 관한 한·미·일 공조 체제를

최우선시하는 미국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된다. 

한국이 역사 문제와 안보 문제를 구분하는 냉철함을 보여주게 되면 주변국들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올라가고 존재감이 

그만큼 부각된다. 그것이 바로 국익에 바탕을 둔 동북아 신뢰 외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