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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기사보기 한·중 관계의 미래 제시한 '네 가지 堅持(견지)'

바람아님 2014. 7. 4. 10:16

(출처-조선일보 2014.07.04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중 관계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기고문을 주요 언론에
보냈다. 전체적으로 한·중 관계는 더 이상 양자 관계가 아니라 지역 협력의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고, 
현재의 한·중 간 '이익 공동체'를 향후 인문 유대의 강화와 지역 및 국제 문제에서 책임을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시진핑 주석은 한·중 관계의 준칙으로 
'네 가지 견지(堅持,어떤 견해나 입장 따위를 굳게 지니거나 지킴)'를 제시했다.

첫째, 이웃과 화목하게 지낸다는 '이웃론'이다. 이것은 지난해 주변외교공작회의에서 한반도를 
'운명 공동체'라고 간주한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이웃 관계의 핵심을 믿음에서 찾았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을 고려한 측면이 있으나, 요체는 상호 핵심 이익과 '깊은 관심사[關切]' 
그리고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둘째, 호혜 협력에 기반을 둔 새로운 경제협력 방식을 제시했다. 
기존의 상호 보완성과 비교 우위에 기초한 전통적인 협력을 넘어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타결을 통해 금융 협력을 포함한 
전방위적이고 고도의 협력 틀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는[同舟共濟]' 양국 협력의 종착점도 결국은 동아시아 일체화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셋째는 평화와 안정이다. 
중국은 현재의 동북아 지역 질서가 불확실성이 크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 크고 작은 '동란'이 가져올 위험성을 예의주시해왔다. 
시 주석이 기고문에서 표현한 '동란[動蕩]'의 의미도 북한의 도발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우경화 등 지역 평화를 
해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이것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한반도와 지역의 역동적 변화까지 고려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넷째, 인문 교류의 중요성이다. 
한·중 간에 더 이상 오해가 오판을 낳는 구조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호 이해 프로그램을 통한 민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것은 지난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인문 유대와 한·중 간 공공 외교를 강화하기로 한 합의를 상기시킨다. 
결국 미래 한·중 관계의 핵심은 상대국 국민의 마음속에 달려 있고 무엇보다 동방의 고유 가치를 공유하자는 
새로운 문화 협력 제의로 읽을 수 있다.

이번 기고문은 한·중 양국이 공동의 위험요소를 피하는 '공동 회피'라는 소극적 협력을 넘어 공동 인식의 전략적 협력을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준칙은 배제를 통한 협력보다는 포용을 통한 협력 가능성에
두었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고립보다는 '중국식 해법'을 통해 한반도의 선(善)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중 관계를 북한 변수에 의해 출렁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순풍에 돛을 달자'는 것은 한·중 관계를 '순풍'으로 보는 것이고 '돛을 달자'는 전략 관계를 충실화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중국은 한국과 북한 모두와 우호 관계를 맺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전략적 접점을 찾는 것은 정상회담 이후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