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朝鮮칼럼 The Column]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보험 들기(hedging)'

바람아님 2014. 7. 23. 09:20

(출처-조선일보 2014.07.23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한국, 對中 교역량 커졌지만 美中日도 경제·안보 협력 확장
3국 국제 질서 균열 상황 대비해 保險들 듯 세력 균형 꾀해 교류
미·중 양자택일할 문제 아니라 모두와 교류 계속 발전시켜야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후 한·중 관계는 물론 한국이 처한 대외 환경 전반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한·중 정상회담이 분위기는 좋았으나 정작 
우리가 얻어낸 것은 별로 없다. 특히 북핵 폐기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받아내지 못한 것은 큰 실패였다. 반면 한·중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는 인상을 풍김으로써 미국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일본은 이 틈을 이용하여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지지를 얻어내면서 미·일 동맹을 더욱 긴밀히 하는 한편 독자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한국은 중국의 지지는 얻지 못하고 미국과의 관계만 나빠지면서 일본에 기회만 제공해 줬고 남북관계는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외교·안보 상황만 놓고 보면 그런대로 맞는 해석 같다. 그런데 동북아의 역학을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우리는 흔히 한·중 간 경제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1992년 63억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간 교역량이 
2012년 2150억달러로 늘었다는 통계를 든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같은 기간 미·중 간 교역량 역시 330억달러에서 5360억달러로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비록 증가율에서는 한·중 교역에 뒤지지만 절대 액수는 2.5배에 이른다. 최근에 만난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월마트라는 미국 
회사의 대(對)중국 교역량이 나라로 치자면 여섯째로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토 분쟁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인 일본과 중국의
교역량 역시 2012년에 한·중 간 교역량보다 훨씬 많은 3330억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직접투자액 또한 
막대하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대중(對中) 투자가 36억달러였던 반면 미국의 대중 투자는 무려 513억달러였고, 일본의 
대중 투자 역시 91억달러에 달했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기업 가치 평가액을 1300억달러
(약 132조원)로 잡았다. 알리바바는 이번 기업공개(IPO)로 역대 최대 규모인 200억달러 이상을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대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해서 투자금을 쓸어간다. 그 최대 수혜자는 알리바바 창업자이지만 
일찍이 알리바바에 투자했던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 투자자들이 
앞으로 두고두고 챙길 이익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중국·일본이 모두 윈·윈하는 상황이다.

미·중·일 간의 협력은 경제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7월 26일부터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개최되는 2014년 환태평양(림팩)
합동군사훈련에 중국이 처음으로 군함 4척과 함재 헬리콥터 2대 및 특전부대와 잠수부대 각 1부대를 파견한다. 이번 훈련에서 
중국은 대포 사격훈련, 종합훈련, 해상안보 행동, 수면함정 훈련, 군사의학 교류, 인도주의 구조훈련, 잠수훈련 등 7개 항목의 
훈련에 참가하는 한편 중·미 양국은 양국 병원선에서 의학 포럼을 개최하고 선박 견학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참여하는 훈련에 중국은 개최국인 미국에 이어 둘째로 큰 함대를 보낸다. 일본은 처음으로 육상자위대를 
림팩에 투입했다.

그렇다면 동북아시아 역학 구도의 실상은 무엇인가? 미국이나 중국이나 일본은 모두 서로의 경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이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자유시장경제 질서에 편입시켜 온 정책의 당연한 결과다. 다만 이제 
중국 경제의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훨씬 더 커지자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안보 질서 역시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미국·중국·일본은 모두 '보험 들기' (hedging)에 나서고 있다. 혹시나 경제 질서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안보 질서마저 흔들린다면 누구와 손잡고 세력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지 셈을 굴리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은 양국 간 
안보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에 대해서 보험을 드는 것이지 중국을 본격적으로 '고립'(contain)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아직 모두의 관심은 모두가 윈·윈하는 경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도 당연히 '보험 들기'를 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과 관계를 긴밀히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나라와의 경제 교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여기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다. 미·중 간에서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다. 모두가 최악의 상황을 위해서 보험에 들 
뿐이다. 다행히 아직 최악의 상황은 도래하지 않고 있다. 너무 호들갑을 떨면서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을 미리 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