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에드워드 슐츠 교수 “급변 동북아 정세… 고려의 현실주의 외교서 길 찾아야”

바람아님 2014. 7. 21. 19:23
해외 한국학 권위자 에드워드 슐츠 美 하와이대 명예교수

 

16일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만난 에드워드 슐츠 하와이대 명예교수는

외국의 1세대 한국학 연구자로 고려시대를 전공했다.

 

“한국에서 먹은 감자샐러드가 미국 오리지널보다 훨씬 맛있더군요. 고려시대가 딱 이랬어요.”


16일 서강대에서 만난 에드워드 슐츠 하와이대 명예교수(70·한국학)는 48년 전 부산에서 맛본 감자샐러드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1966년 당시 22세의 앳된 청년이었던 슐츠 교수는 평화봉사 단원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부산 경남고에서 1년간 영어를 가르쳤는데, 하숙집에선 미국인 선생님에게 대접할 음식으로 종종 샐러드를 상에 올렸다.

거의 반세기 동안 한국과 연을 맺은 그는 해외 한국학 권위자로 손꼽힌다. 주로 조선을 연구하는 다른 해외 한국학 연구자와 달리 그의 전공은 고려시대.

슐츠 교수는 “고려는 외국에서 들어온 문화를 개방적으로 받아들인 뒤 토착적인 요소와 잘 버무려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말했다. 유교와 불교를 함께 수용하고,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전통을 한데 융합한 고려 특유의 문화 다원주의라는 것이다.

슐츠 교수는 그동안 최충헌 무신정권을 집중 연구했다. 한국을 처음 찾았던 그해 박정희 정권을 보면서 무신정권과 뭔가 연결점이 있지 않을까 궁리해 본 게 시작이었다.

슐츠 교수는 “박정희와 최충헌의 쿠데타 이후 경제와 문화에서 비약적인 성장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시기를 암흑시대로만 규정지을 순 없다”며 “두 사람 모두 군사력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결국 문치(文治)를 우선시한 것도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선 한국이 고려시대의 ‘현실주의 외교’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슐츠 교수는 17, 18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한국학과 세계 포럼’ 국제 학술회의에 발표한 논문 ‘고려와 현재’에서도 이를 지적했다.

논문에선 1127년 송나라가 금나라의 공격을 받고 황제가 납치되자 고려에 협공을 요청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당시 송은 오랜 우방이었지만, 고려는 철저한 정세 분석을 거쳐 협공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송나라는 이로부터 50여 년 뒤 결국 원나라에 무너졌다. 만약 고려가 도덕적 명분론을 앞세워 송나라를 도왔다면 실속 없이 국력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슐츠 교수는 “현실주의 외교로 국익을 지킨 김부식을 고려시대 인물 가운데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당시 패권국인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국제 감각을 키웠고, 삼국사기를 지어 문화 융성에도 기여한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는 평가다.

지금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다는 그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고려시대가 잊혀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고려를 알아야 조선은 물론이고 현재의 대한민국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