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만물상] 갈 길 먼 '수학 强國'

바람아님 2014. 8. 9. 09:31

(출처-조선일보 2014.08.09 한삼희 논설위원)


독립투사가 옥황상제를 만나 '한국도 선진국이 되게 세계적 과학자 5명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옥황상제는 퀴리 부인, 아인슈타인, 에디슨, 뉴턴, 갈릴레오를 보내줬다. 

옥황상제가 몇년 뒤 보니 퀴리 부인은 미모를 못 갖췄다고 취직이 안됐고, 

발명왕 에디슨은 초등학교 학력이어서 특허 신청서를 못 내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뺀 과목들 실력이 시원찮아 대학을 못 갔다. 

갈릴레오는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연구비 지원이 끊겼다. 

뉴턴은 박사 학위 논문을 교수들이 이해 못 해 졸업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학하고 놀아봐'의 저자 이태욱 교사(부산 동아공고)가 과학계의 우스개라며 들려준 얘기다.


▶지인이 미국서 근무할 때 데리고 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수학 영재반'에서 이름을 날렸다. 

도시 대표로 주(州) 단위 수학 경연대회에도 출전했다. 

그 아이가 중1 때 한국에 들어와 부모와 대치동 수학학원을 찾아갔다. 

과학고 진학이 목표였다. 학원 강사는 테스트를 해보더니 "지금 실력 갖고는 과학고 가긴 틀렸다"고 말했다. 

아이는 수학을 포기했다.

만물상 일러스트


▶한국 학생이 미국 대학서 경제학을 공부하면 2학년까지는 곧잘 하지만 3학년부터는 허덕댄다고 한다. 

공식을 외워 문제를 푸는 암기식 수학을 했기 때문이다. 

이태욱 교사는 '목탁 잘 두드린다고 부처님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수학은 음미하며 배워야 하는데 무조건 외우고 계산하는 수학만 하다 보니 뒷심이 딸린다는 것이다.


▶1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린다. 

4년마다 있는 대형 행사다. 수학 분야 노벨상이라는 필즈상(Fields Medal) 시상식도 있을 예정이다. 

우리 수학 실력은 국제수학연맹 평가에서 전체 5개 그룹 가운데 최상위권 바로 아래 '2그룹'에 속해 있다. 

중국은 2002년 베이징 대회 이후 수학 논문이 70% 급증하면서 수학 강국으로 부상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수학계에 자극이 될 것이다.


▶201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 참가 학생 6명 전원이 금메달을 따면서 사상 처음 종합우승을 했다.

 6명 가운데 아직 고교생인 한 명을 뺀 나머지 5명 중 3명이 고교 졸업 후 의대로 진학했다고 한다. 

의학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분야지만, 사실 의대에선 그다지 수학 실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미국에선 지난달 200개 직업을 근무 환경, 수입 등의 기준을 적용해 평가한 결과 수학자가 '올해 최고의 직업'에 꼽혔다. 

한국에선 아직 어림없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