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월드 인터뷰] "1분간 묵념 후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바람아님 2014. 8. 5. 10:41

(출처-조선일보 2014.08.05 양지호 기자)

[NYT에 '집단적 슬픔' 문제점 기고한 네덜란드 소설가 그룬버그]

"말레이機 피격으로 네덜란드人 193명 숨졌지만…
어떤 국가, 어떤 사회도 哀悼를 강제해선 안돼"


	네덜란드 소설가 그룬버그 사진
―네덜란드 사람들은 당신의 칼럼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네덜란드에서도 (내 글을 읽고) 분노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양인(civilized people)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아직 어떤 위협적인 말도 듣지 않았다."

―네덜란드도 정부 주도로 추모 행사를 열었는데.

"교회가 조종(弔鐘)을 울렸고 국민은 1분간 묵념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인들은 곧 비극에서 벗어나 
본래 삶으로 복귀했다. 국가 애도, 공식 애도는 파사드(facade·허울)일 뿐, 삶은 계속됐다."

―남의 슬픔을 공감(共感)하지 말라는 것인가.

"(공감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떤 국가, 어떤 사회도 구성원에게 애도를 강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애도는 극도로 개인적인 일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일로 남아야 한다."

―같은 민족의 비극과 완전한 타인의 비극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죽음은 희생자의 국적과 상관없이 비극적인 일이다." 그는 칼럼에서 "비극이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도구로 쓰이면 안 된다"며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대한 관료의 협력과 식민통치의 경험으로 네덜란드에서 민족주의는 나쁜 것으로 간주됐다"고 썼다.


	네덜란드 소설가 그룬버그가 게재한 영문 칼럼 사진
―국가적 분노가 민족주의인가?

"비극(에 대한 집단적 애도와 분노)은 '집단 정체성'을 유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네덜란드는 민족주의를 '좋다고 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민족주의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같은 
가능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휴머니즘의 원칙에 반(反)한다. 
민족주의는 아주 강력하고 부정적인 힘이다. 
역사적으로 민족주의에서 어떤 선(善)도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선 국가적 애도와 분노를 '애국(愛國)'의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

"애국은 '조국을 위해 헌신(獻身)하는 것'이지 집단적으로 
분노하고 애도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선 세월호 사건 이후 오랜 기간 애도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국인의 선택을 존중한다. 말레이기 사건을 세월호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문화도 다르다. 
하지만 죽음을 애도하는 것만이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야 할 책무가 있다. 
사람은 느끼지 않을 자유가 있고, 애도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사회가 구성원에게 애도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비극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한 시장(市長)이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딸을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가 사과했다.

"실언(失言)이었다. 자녀는 부모의 행동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리고 시장이 그런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건 월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