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8.14 김윤덕 문화부 차장)
스웨덴 연수 시절 이웃 나라 덴마크를 여행했다.
열 살 아들은 걸리고, 20개월 된 딸은 유모차에 태워 레고랜드가 있는 빌룬트, 안데르센 고향인 오덴세를 거쳐 수도 코펜하겐까지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돌았다. 아이들은 수백만 개 레고 조각이 꿈의 동산을 이룬 레고랜드에 열광했지만, 동화작가가 꿈인
기자 엄마는 안데르센이 살았던 오덴세에 매료됐다. 매부리코 안데르센 동상이 손님을 맞는 호텔, 육필 원고와 책상, 여행 가방이
놓여 있던 박물관도 좋았지만 그가 곤궁한 유년기를 보낸 생가(生家), 구두 수선공 아버지의 손때가 아직 남아 있는 연장들
앞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코펜하겐에서는 인어공주 동상부터 찾았다.
▶코펜하겐에서는 인어공주 동상부터 찾았다.
안데르센 대표작 인어공주를 표현한 조형물이다. 키 80㎝밖에 안 되는 이 동상을 보려고 한 해 150만 명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했다.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외스터포트역에 내린 뒤 동상이 있는 해변까지 걷고 또 걸었다. 길 물을 때마다
사람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바닷가에 도착하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바다에 인어공주가 없었다. '2010 중국 상하이
엑스포'에 초청돼 '잠시 출타 중'이라고 했다. 허탈해 눈물이 다 났다.
인어공주를 그대로 본뜬 동상을 코펜하겐시(市)가 제작해 서울시로 보낸단다. 서울시는 보신각 종이나 신문고로 보답할 계획이다. 안데르센 공원도 조성된다. 덴마크 전문가가 설계한 안데르센 동상과 캐릭터 조형물, 놀이기구가 들어선단다.
아이들과 가볼 곳이 늘어 우선은 반갑다.
▶'한강의 인어공주'는 과연 감동을 줄까.
▶'한강의 인어공주'는 과연 감동을 줄까.
서울숲에 선 안데르센 동상에서 아우라가 느껴질까. 이런 걱정이 없지는 않다.
사실 우리에게도 동화마을로 조성하기 딱 좋은 소재들이 많다. 멀게는 강소천의 '꿈을 찍는 사진관', 가깝게는 권정생의
'강아지똥'이 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크게 성공한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도 떠오른다.
▶스웨덴 빔메르비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공원이 있다.
▶스웨덴 빔메르비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공원이 있다.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 '에밀은 사고뭉치'로 유명한 이 나라 국민 작가다.
공원은 동화 속 주인공들과 배경 마을을 실물로 재현해 마치 동화 나라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에버랜드나 디즈니랜드처럼 요란한 놀이기구 하나 없지만, 수도 스톡홀름에서 기차로 4시간 떨어진 이 시골 마을은 아이를
동반한 유럽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가 됐다.
우리는 언제쯤 세계인이 몰려오는 한국 고유의 동화 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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