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세상의 균형을 잡는 힘

바람아님 2014. 10. 16. 10:59

 

토머스 에이킨스 ‘요트 타기’(1872년, 개인소장)


참 단순한 구도의 그림이다. 화가는 한 치의 에누리도 없이 캔버스의 절반을 하늘에, 나머지 절반은 바다에 내줬다. 그 두 개의 공간을 이어주는 것은 작은 요트 한 척. 화가는 그렇게 수평과 수직적 요소를 화면에 교차시킴으로써 균형을 잡고 있다. 이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던지 화가는 또 하나의 균형 장치를 고안했다.

요트 안의 두 남자는 오른쪽 가장자리 난간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다. 이들은 자칫 세찬 바람에 뒤집힐지도 모를 배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미국 화가 토머스 에이킨스(1844~1916)의 ‘요트 타기’는 과학적 치밀함을 중요하게 여겼던 화가의 기질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다들 인상주의 미술을 따라하던 시절 단지 사실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던 그의 그림은 1세기가 지나고 나서야 진가를 인정받았다. 겉모습 이면의 내재적 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