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못 말리는 제우스의 바람기

바람아님 2014. 10. 21. 20:16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헤르메스와 아르고스’(1635년 또는 1638년, 캔버스에 유채, 드레스덴미술관)


그리스 신화를 들여다보면 생기는 의문점 하나. 신들은 도무지 선악에 대한 개념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정말 불한당이 따로 없다. 제우스도 그렇고 그의 아들 헤르메스도 그렇다. 한번은 제우스가 무녀의 딸 이오에게 흑심을 품어 겁탈한 뒤 증거인멸을 위해 암소로 둔갑시켰다. 제우스가 바람피운 사실을 눈치챈 부인 헤라는 암소를 자신에게 달라고 한 뒤 100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에게 감시하게 했다.

그러자 헤르메스가 아버지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피리 소리로 아르고스를 잠재워 죽인 뒤 이오를 아버지에게 돌려보냈다.

루벤스(1577~1640)는 이 불륜과 부도덕으로 가득 찬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포착했다. 그리스 신화가 우리를 매혹하는 이유는 욕망과 힘의 논리가 지배한 인간세계의 원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