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시간의 흔적 간직한 '나체'

바람아님 2014. 11. 12. 06:58

 

 

루치안 프로이트 ‘나체 초상화-2002’


“나는 사람들의 벗은 모습을 그리는 게 좋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신나는 일은 피부를 관통해 피와 혈관 그리고 많은 흔적을 보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1939년 영국 시민권을 얻은 사실주의 화가 루치안 프로이트(1922~2011)는 인간의 벌거벗은 그림을 ‘누드(nude)’가 아닌 ‘나체(naked)’로 부른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주로 친구, 가족, 동료 화가 등의 벌거벗은 모습을 다이내믹하고 긴장감 있게 그렸다.

2002년작 ‘나체 초상화-2002’는 영국의 유명 모델 케이트 모스를 소재로 그린 실물 크기의 작품이다. 모스가 딸 릴라 그레이스를 임신했을 당시 침대에 몸을 기대고 누워 있는 모습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거친 붓 터치와 두껍게 바른 물감의 마티에르(질감)는 시간의 흔적이 남긴 인간의 ‘무거운 피부’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은 2005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전화 응찰자에게 393만파운드(약 67억원)에 팔렸다.

김경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