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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상연]최근 ‘우주’와 관련해 벌어진 두 가지 사건

바람아님 2014. 11. 21. 10:54
[출처 ; 동아일보 2014-11-21일자]
김상연 과학동아 편집장

 

 

1. 영화 ‘인터스텔라’가 우리나라에서 빅 히트한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큰 흥행을 못 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이름값만으로는 부족했나 보다.

2. 모선 로제타호에서 분리된 탐사선 ‘필래’가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지만 햇빛이 들지 않는 곳으로 내려앉는 바람에 작동이 중단됐다.

필래가 작동을 멈췄다는 소식이 들리자 관심이 확 줄어든 느낌이다. ‘실패’라는 생각이 떠올라서일까. 사실 혜성에 정확히 착륙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지만, 우주 탐사는 원래 처음에는 실패로 도배를 하기 마련이다.

1958년 시작된 달 탐사는 1959년 ‘루나 2호’가 달 표면에 처음 착륙하기까지 8번이나 실패했다. 지금까지 달 탐사에 실패한 적은 41번으로 실패 확률은 36%나 된다. 화성 탐사가 실패 확률이 가장 높았는데 54%다. 이 정도면 우주선을 쏠 때마다 ‘돈 낭비’라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비판과 비난은 얼마나 많았을까. 다행히 그러지 않았기에 우리는 달에 인간을 보내고, 화성에 로봇도 보낼 수 있었다.

인터스텔라처럼 과학 비중이 높은 SF 영화는 미국에서도 흥행이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병원에서 연애하고 법정에서 연애하듯’ 미국도 우주에서 가족 찾는 것이다. 배트맨 시리즈와 인셉션의 성공으로 편하게 갈 수 있었던 놀런 감독은 그래도 실패 위험이 큰 영화를 선택했다. 비록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꽤 좋은 작품을 남기긴 했다. 3차원(3D) 블랙홀이나 5D 공간의 모습은 꽤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연구개발의 유행어 중 하나가 ‘실패해도 좋다’가 된 건 벌써 20년이 넘는다. 그런데 여전히 남들 하는 연구, 안정적인 연구만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얼마 전 만난 과학자는 한마디로 정리해줬다. “한 번 실패하면 다음에 연구비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벤처 창업에 도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실패하면 끝”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난달 톰슨로이터라는 외국 회사가 KAIST의 유룡 교수를 노벨화학상 후보로 지명해 화제가 됐다. 유 교수와 인터뷰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노벨상 후보까지 오르게 한 연구를 하다가 처음엔 성과가 안 나와 평가에서 ‘D’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때는 벼랑 끝에 선 느낌”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나중에 놀랄 만한 결과를 내긴 했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해피엔드를 맞는 건 아니다. 새로운 연구에 도전했다가 ‘당연히’ 실패하고, 연구비가 자꾸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그런 모습을 보면 누가 실패할 만한 연구에 도전하고 싶을까.

몇 년 전 우리나라는 나로호 발사에 두 번이나 실패했다. 러시아 발사체 논란은 일단 접어두자. 다들 ‘두 번 실패’하고 ‘숱하게 연기’한 것만 기억했다. 나로호 발사는 이미 모든 기술이 완성된 비행기를 서울에서 뉴욕까지 모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성공했던 마지막 한 번까지 모두 세 번 쏘면서 발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노하우를 익힌 경험은 대중에게 잘 와 닿지 않았다.

미국은 수십 번의 실패 뒤에 사람을 달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엔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던 화성 탐사도 2000년 이후에는 12번의 시도 중에 9번이나 성공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그런 기술이 쌓여 이번에 그 먼 혜성까지 다가가 착륙까지 할 수 있었다. 실패(?)했다는 필래 착륙선이 잠들기 전에 보낸 유기물질의 흔적은 혜성에서 생명체의 기원을 발견할 수 있는 극적인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인터스텔라에서 나온 말처럼 “늘 그랬듯이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실패가 먼저다.

김상연 과학동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