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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빨리' 대신 '순리'

바람아님 2014. 11. 24. 09:37

(출처-조선일보 2014.11.24 배미향 CBS FM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DJ)



배미향 CBS FM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DJ

 배미향 

CBS FM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DJ

[일사일언] '빨리' 대신 '순리'


외국에 나가 한국 사람을 금방 가려내는 방법이 있다. 
"빨리빨리"를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을 찾으면 된다. 
우스갯소리라지만, 지금도 외국 유명 관광지나 박물관처럼 줄을 길게 서야 하는 곳에서는 쉽게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단체 여행을 하다 보면 한두 사람은 무리보다 꼭 먼저 출발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찾으러 나서고, 
그러다가 오히려 전체가 더 늦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버스·지하철을 탈 때도, 운전을 할 때도 우리는 늘 급하다. 
산에 오를 때도 남보다 빨리 올라야 직성이 풀리고, 출세도 빨리 해야 하고, 심지어 자녀 성적도 빨리 올라가야 한다.

가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을 본다. 
다른 사람이 해놓은 성과를 자기 것인 양 슬그머니 가로채기도 하고, 
얼핏 보면 그런 사람들이 남보다 잘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길게 인생을 보면, 빨리 가는 것 같은 사람들이 나중에 보면 오히려 더 늦는 경우가 잦다. 
아예 추락하는 경우도 많다.

언제부터인지 '순리대로'라는 말을 중요시하게 된다. 
억지로는 안 되는 일이 많고, 또 그것은 오래가지도 않는다. 
나는 빨리보다는 천천히 순리대로 사는 것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힘 있고 소중하다고 믿는다. 
말과 행동이 빠르다 보면 얼핏 앞서 가는 듯해도 실수가 잦아지게 마련이다. 
그만큼 신용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도 쉽다.

올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자칫 마음이 급해지기 쉬운 때다. 
그러니 한숨 고르며 마음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겠다. 
빨리빨리 내 것으로 만들려고 욕심부리기보다 천천히, 그냥 순리대로 남은 한 해 마무리하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