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1.25 문갑식 선임기자)
포츠머스는 영국 남서부의 항구다. 위치가 우리나라 경상남도 진해와 비슷하다.
포츠머스는 영국 해군의 모항(母港)이다. 1194년 리처드 1세가 건설했고 1496년에 왕립(王立) 조선소가 들어섰다.
넓이가 120㏊나 된다.
300년 넘은 벽돌 건물이 수두룩한 포츠머스에 가장 중요한 유산이 두 개 있다.
HMS빅토리함(艦)과 트라팔가르 해전(海戰) 기념관이다.
빅토리함은 1805년 10월 21일 벌어진 트라팔가르 해전 때 허레이쇼 넬슨 제독이 탔던 기함(旗艦)이다.
이 해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전사자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함대 27척과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 33척이 맞붙었다.
침몰 함정 수는 0대22의 영국 해군 압승이었는데 사망자 수가 영국 1700명, 연합군이 5000여명이나 됐다.
트라팔가르 해전 기념관의 시계는 오후 3시 13분에 멈춰 있다.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생을 마쳤듯 넬슨도 그 시각 트라팔가르 바다에서 삶에 종장을 찍었다.
이때 흘린 피가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왕국'으로 만든 거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했지만 영국 해군은 여전히 세계 3~5위로 평가된다.
미국 없이 유럽에서 러시아 해군과 맞설 유일한 나라가 영국 해군이다.
그 영광(榮光)의 기저에 숱한 오류와 비극이 있었음을 아는 이는 드물다.
1731년 영국 선장 로버트 젱킨스가 서인도제도에서 돌아왔다. 귀가 잘린 채였다.
스페인 장교는 밀무역을 했다고 형벌을 가하며 이죽거렸다.
"너희 잉글랜드 왕에게 가서 이런 짓을 하면 그의 귀도 베겠다고 꼭 전해라."
7년 뒤 젠킨스는 잘린 귀를 담은 단지를 의회로 들고 와 복수를 호소했다.
"내 영혼은 신(神)에게, 이익은 국가에 바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1739년 10월 23일 영국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게 '젱킨스의 귀 전쟁'이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
그래도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1792년부터 1815년까지 23년간 영국 해군의 사망자는 10만3660명이었다.
우리 같으면 총리부터 해군 장교까지 목을 줄줄이 잘라 화풀이했겠지만 영국은 7년 뒤 '경도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세월호 사태'로 인한 불똥이 '통영함 비리'로 튀더니 건국 이래 최대의 방산(防産) 비리 수사로 번지고 있다.
첫째, 통영함은 지금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 계류돼 있다. '호적상 주인'은 해군이 아니라 방위사업청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수사는 무기중개상과 결탁한 장교, 감시시스템을 못 만든 방사청을 겨눠야 하는데 애꿎은 통영함만
통영함은 애초 구조에 나설 수 없는 수준이었고, 해군의 '투입 중지' 판단도 냉정한 것이었다.
이런 걸 주객전도(主客顚倒)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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