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2.03 조재현 배우·경성대 교수)
몇 년 전부터 연말을 맞아 참 반가운 회식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고기 굽고 술 마시는 대신 단체로 공연 관람을 하는 이른바 '문화 회식'이다.
젊은 층에서 중장년, 노년층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바로 '공연의 적(敵)' 휴대폰이다.
주로 소극장 공연 문화에 익숙지 않은 일부 신규 관객이 실수를 한다.
아무리 공연 전 꺼 달라는 안내방송을 해도 거의 매회 공연에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뽕짝부터 나팔 소리까지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공연 막바지,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클라이맥스가 되면 티켓을 끊어 준 자녀가 '잘 보셨느냐'며 확인하는 전화가 곳곳에서 울리기도 한다.
필자가 지금 재공연을 준비하는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에서 있었던 일이다.
젊어서 아내와 사별한 주인공 남자가 세월이 흘러 딸을 시집보내고 마지막으로 아내 무덤을 찾아가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다.
공연 시작 후 1시간 20분쯤 흐른 상태였다.
노인이니 서서히 힘이 떨어지는 듯 작은 소리로 아내에게 "여보… 나 한 번만 안아줄래?"라고 속삭일 때였다.
"빠라라! 빰빠라! 으샤! 으샤! 홍! 홍!" 하고 벨소리가 울렸다.
갑자기 극의 주인공은 잊히고 휴대폰 주인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오히려 찾은 다음이 더 문제였는데, 무대에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이런 목소리 때문이었다.
"응! 연극? 아직도 보고 있다. 뭐, 좀 있으면 끝날 것 같구나. 그래 이따 보자~!"
그가 전화를 끊을 때쯤엔 연극의 4대 요소 중에서 남은 것은 무대뿐, 희곡·배우·관객은 다 엉망이 돼 있었다.
연말연시에 공연을 처음 접하는 분들, 특히 연세가 높으신 부모님께 티켓을 드릴 때 반드시 함께 전해야 할 말은 이것이다.
연말연시에 공연을 처음 접하는 분들, 특히 연세가 높으신 부모님께 티켓을 드릴 때 반드시 함께 전해야 할 말은 이것이다.
"휴대폰 좀 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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