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일사일언] 인생의 백스테이지를 보자

바람아님 2014. 12. 19. 09:17

(출처-조선일보 2014.12.19 박진배 뉴욕 FIT(패션기술대) 교수)


박진배 뉴욕 FIT(패션기술대) 교수 사진과거 농구대잔치 전승 우승으로 '독수리 군단'의 신화를 만들었던 

연세대 농구부의 최희암 감독은 강연에서 종종 '백스테이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큰 경기 전날 저녁 합숙소에서 4학년 후보 선수가 1학년 주전 선수의 밥을 퍼주는 상황에서 

어떻게 불편함 없이 서로 마음을 달래고 격려하는가 하는 문제가 실전의 수천 가지 작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그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난다. 

관중이 흥분하고 즐기는 화려한 경기 뒤편에 보이지 않는 얘기들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다.

나는 무대 뒤편 공간을 좋아한다. 

소품을 저장하는 창고나 다양한 장치도 재미있고 '그린 룸(green room)'이라고 하는 

공연자 대기실 분위기도 특별하다. 

옷핀 하나만 떨어져도 들릴 것 같은 고요함과 극도의 긴장감, 

막이 오르기 직전까지 호흡을 가다듬으며 연습을 반복하는 공연자한테서 대단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공연 하나를 위해서 감독은 말할 것도 없고, 엔지니어, 무대, 조명, 의상, 분장 등 수많은 스태프가 

연기자들의 역할과 동선을 분·초 단위로 파악하고 점검하는 열정이 긴박함 속에서 무한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아주 가벼운 실수나 한 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프로페셔널리즘이 존경스럽다. 

이 순간이 공연의 진정한 서막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많은 경우 백스테이지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읽는 것은 공연을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무대 뒤에서 살펴보는 공연은 인생의 교훈을 제공해 준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연말, 조용히 내가 활동하는 무대의 백스테이지를 둘러보자. 
장비가 고장 난 것은 없는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마음 상했거나 몸이 아프지는 않은지, 
그리고 나 자신의 리허설은 충분히 되었는지. 오늘 밤의 멋진 공연을 위한 내공은 백스테이지에서 나온다. 
우리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