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2.19 오민경 서울 은평구)
어머니는 생전에 "인공호흡기 같은 거 달지 마라" 하시며 구차스럽게 연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시곤 했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자식 된 도리로 어머니의 뜻을 따를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28일간 고생하시다 얼마 전 돌아가셨다.
작고하기 전,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식사하시다가 음식이 기도를 막아 4분여 동안 숨이 멈췄다.
인공심폐소생 조치로 겨우 소생하셨지만 무의식 상태에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의사가 "인공호흡기를 달까요?"라고 물었을 때 어느 자식인들 거부할 수 있었을까?
장례를 치르고 뒤돌아보니, 요양원은 성의를 다해 심장을 소생시켰다. 고마울 따름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인공호흡기를 일단 부착하면 법적으로 뗄 수 없다'는 사실을
의사도 말해주지 않고 우리도 몰랐다는 것이다.
입에 여러 종류의 생명유지 기구를 꽂고 의식 없이 숨을 헐떡거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그런 사실을 알았으니 이런 불효도 없었다.
응급실에 막 당도한 아들에게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시겠습니까?" 하는 의사 말에 아들이 "네" 하는 것은 당연했다.
"아니요"라고 했다면 아들은 평생 다른 형제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 다급한 순간에 자식들은 경황과 경험이 없었다.
연명 닷새 후, 병원 측이 더 이상 중환자실에 계실 수 없다고 통보했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데다 밀려드는 중환자들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생명유지 장치를 부착한 채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근 한 달간 매일 두 번씩 요양병원을 방문해서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그동안 옆 침대 노인 몇 분이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한 달가량 입에 인공호흡기를 단 채 계속 기구로 가래를 빼냈다.
어머니는 의식이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만 의식 있는 우리의 가슴은 미어졌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는 의사가 "입으로 호흡기구를 달면 감염 위험이 많아 더 힘들어진다"며
"목에 구멍을 뚫어 관을 넣자"고 했다.
자식들은 그동안 깨달은 바가 있어 "또 다른 고통을 줄 뿐"이라며 반대했다.
11월 20일, 어머니는 운명하셨다. 입에 부착했던 기구들을 빼고 일그러진 흉한 입을 가제로 덮었다.
자식들의 무지로 마지막 순간까지 고생을 시켜 드린 것이 죄스러워 어머니의 주검 위에 엎드려 울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노인이 인공호흡기를 달고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기계에 의존해서 90세 노인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지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어머니께 고통을 안겨주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노인들이 존엄성(尊嚴性)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나이와 상황에 맞게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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