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2.22 전제덕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올 12월은 눈이 참 많이 내린다. 그것도 싸락눈이 아닌 함박눈이다.
눈엔 기쁨과 슬픔의 추억이 나란히 섞여 있다.
어렸을 땐 눈만 내리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마대로 눈썰매를 타고, 종일 친구들과 눈싸움을 했다.
눈 내린 크리스마스 새벽 동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캐럴을 부르던 일명 '새벽송' 행사도 잊을 수 없다.
집주인들이 사탕이나 과자를 내줬는데,
운 좋은 날엔 동네 가게 아저씨들이 과자를 박스째 내놓기도 했다.
눈에 슬픔이 섞여 있는 건 엄마 때문이다.
눈에 슬픔이 섞여 있는 건 엄마 때문이다.
7년 전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 첫눈이 내렸다. 그때도 함박눈이었다.
엄마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처럼 소담하게 내렸다.
빈소 밖을 나가 하염없이 눈을 맞았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가시는 길에 질척이는 비가 아닌, 포근한 눈이 쌓인다 생각하니 위안이 됐다.
내가 음악을 독학(獨學)할 때 엄마는 언제나 내 손을 잡고 길잡이가 돼주셨다.
내가 음악을 독학(獨學)할 때 엄마는 언제나 내 손을 잡고 길잡이가 돼주셨다.
필요한 음반을 찾고 하모니카를 물색하러 다니던 날, 엄마는 항상 내 곁에 있었다.
그리고 영원히 곁에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던 엄마가 나의 결혼을 불과 나흘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나이도 겨우 쉰다섯이었다. 따뜻하게 잡아주던 그 손의 체온이 저편의 기억이 돼버렸다.
슬픔보다 억울함이 북받쳤다. 세상은 왜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가.
연주자로 겨우 자리를 잡아 내가 엄마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때, 엄마는 야속하게 떠났다.
그 후 3년간 희한하게도 엄마의 기일만 되면 눈이 내렸다. 그리고 올해 엄마의 기일에 또 눈이 왔다.
그 후 3년간 희한하게도 엄마의 기일만 되면 눈이 내렸다. 그리고 올해 엄마의 기일에 또 눈이 왔다.
엄마가 마치 내게 뭔가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는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다. 엄마가 졸라서 내가 가르쳐 준 노래다.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열아홉 순정을 노래하고 있을는지.
그리고 세상의 허물과 추문도 함께 덮이길.
모두의 가슴에 추억의 등불을 하나씩 켜는 따뜻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란다.
'時事論壇 > 橫設竪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사일언] "제수씨구나∼" (0) | 2014.12.24 |
---|---|
[일사일언] 무례와 희롱 사이 (0) | 2014.12.23 |
[분수대] 진실에 목마른 자의 단상 (0) | 2014.12.21 |
커플이 오래가기 위해 알아야 할 5가지 (0) | 2014.12.20 |
[아침 편지] 지켜드리지 못한 어머니의 尊嚴死(존엄사) (0) | 2014.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