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2.24 조재현 배우·경성대 교수)
2007년 소극장 연극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찾아뵌 분이 이순재 선생님이었다.
"연극? 좋지~!" 드라마·영화 출연뿐 아니라 대학에서의 후학 양성까지,
아이돌 뺨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선생님은 1년 후 연극에 출연하겠다고 흔쾌히 약속해 주셨다.
이후 그 약속에 힘입어 나문희·황정민·추상미·이한위·박철민·고수·한채영 등의 배우를 섭외할 수 있었고,
'연극열전' 프로젝트를 통해 연극의 시대가 화려하게 부활하는 듯이 보였다.
얼마 전 이 선생님께서 출연하신 연극 '황금연못' 공연 후 극장 주차장에서 선생님을 우연히 뵀다.
배종옥 배우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 출연을 위해 이동을 서두르고 있었다.
공연 후라 피곤할 법도 한데 오히려 설레 보이셨다.
그리고 그 바쁜 와중에도 내 옆에 있던 아내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제수씨구나~!"라고 말씀하셔서 당시엔 별 느낌 없이 "네, 선생님"이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런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기가 막힌 말씀이 아닌가.
그런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기가 막힌 말씀이 아닌가.
내 아버지보다도 두 살 위이신 선생님께서 까마득한 후배 아내에게 '제수씨'라니!
그 말씀이 참 신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죄송스러움과 감사함이 동시에 들었다.
이 선생님은 후배들에게 격려와 조언을 아낌없이 주고 당신 스스로도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늘 노력하는 분이다.
여든의 연세가 믿기 어려울 만큼 정정하게 일선에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내 아내를 '제수씨'라 부르는
젊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스타로서 부와 명성에만 집중하지 않고 꾸준히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면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연기자로서 존경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선생님께 이렇게 부탁드리고 싶다.
그 '교본'을 천천히, 오랫동안 완성해 주십사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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