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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인 마음을 얻어야 한국 기업이 생존한다

바람아님 2015. 1. 1. 11:06

[중앙일보 2015-1-1일자]

 

유희문/한양대 중국학과 교수/베이징대 경제과 초빙교수

 

새해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우리 기업은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중국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생존하기조차 힘들 수 있다. 이미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고객의 믿음을 얻기 위해 소통하고 사회적 기여를 하는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펩시가 중국 적십자와 함께 네이멍구 목초지화 사업을 전개하자 경쟁업체인 코카콜라는 양쯔강 생태환경 개선에 나섰다. 프랑스 석유화학업체인 토탈은 인간, 환경, 에너지 절감과 관련된 강좌를 중국 저명 대학에 개설하고 대학생 사회 실습을 지원하고 있다. 태국계 사료기업인 정대그룹도 중국 서북지역 농민의 축산, 종자개량 기술 교육 지원에 힘쓰고 있다. 스타벅스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환경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다. 듀폰은 정부정책에 편승에 중국 신농촌 생태 건설에 앞장서고 있다. 이 모두가 최근 중국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외국기업의 사회책임(CSR) 활동 모습이다.

 인텔은 단순한 사회공헌에서 더 나아가 공유가치창출(CSV)에 나서고 있다. 전국 170만 교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중국 교육생태환경의 개혁을 지향하고 있다.

 경제부패와의 전쟁에 나선 중국 정부는 외국기업에도 국제규범의 준수를 통해 준법경영, 소비자 및 근로자 권익보호, 지역사회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고도성장으로 등한시했던 자원낭비와 환경오염, 식품안전, 노동자 권익과 안전 문제 등이 새롭게 부각되고, 경제격차가 심해지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조화사회의 구현도 기업이 떠맡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기업은 이에 걸맞은 사회책임보고서 발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 최대 민간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앞으로 빌 게이츠와 효율적 사회공헌에서 경쟁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중국 언론의 외국기업의 불량제품 때리기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이는 외자기업도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중국 사회에 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노사분규와 부실 제품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제재 등이 뒤따르고 중·일 영토분쟁으로 일본 상품 불매운동까지 일어나자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도 사회책임 활동을 경영전략으로 중요시하고 있다. 중국 진출 외자기업이 지역사회 이익과 공익 활동에 이바지하는 것은 중국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필수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앞으로 시장 확대가 급속히 진전되면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을 통한 사회소통이 더욱 중요해진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경제의 질적 성장에 치중하면서 환경보호, 에너지 절약, 자원절감 분야에 대한 시장수요가 늘고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서도 중국 경제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연결된 사회책임 활동과 투자는 더욱 필요하다. 그 예로 LG전자는 ‘중국 사랑’을 내걸고 빈곤지역의 교육에 투자해 중국 정부의 이념에 맞추는 소통을 해오고 있다. 중국 삼성도 중국 청소년발전기금회와 공동으로 낙후지역 희망소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드림클래스’를 운영한다.

 문화유적의 보호와 시설지원에 나서는 중국 문화 친화형도 바람직한 소통유형이다. BMW의 유적지 탐방 봉사활동, 밀폐용기 생산업체 락앤락이 쑤저우(蘇州) 생산 법인에 세운 초나라 충신인 우쯔쉬(伍子胥) 동상은 역사 스토리 개발, 문화소통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중국 사회에서 외국기업은 사회문제 해결과 공유가치 확산을 위한 다양한 사회책임을 전개하면서 지역사회 밀착형, 기업가치 집중화, 정부가치 지향형, 공익가치 사슬형, 중국 문화 친화형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정부 또는 비영리단체 등과의 파트너십을 확산해 빈부개선, 교육격차 해소, 환경 보존, 문화 활동, 창업의 혁신 등을 돕고 있다. 이제 한국 대기업들도 중국 정부의 가치관과 국정 이념에 맞춰 전체적인 사회 혁신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지역사회 밀착형으로 나가는 게 효율적이다.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지속가능 사회와 연결된 사회책임 활동은 직접적인 매출 증대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함께 새로운 시장의 진입도 쉽게 해 준다. 그 예로 중국에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기술을 이용한 환경 및 안전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우리 기업들도 중국 지역사회와 특화된 환경친화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실행할 필요성이 있다. 기업의 성장과 사회발전,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전략적 활동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개발해야 할 공통과제다. 외국기업이 사회가치를 공유하고 확산시켜 나가면서 환경·노동자·소비자·지역사회에 대한 이익을 반영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중국 시장에서의 장기적 생존을 도모하는 지름길이다.

유희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베이징대 경제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