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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모든 손님이 王은 아니다"… 당하기만 하던 乙, 당당해졌다

바람아님 2015. 1. 11. 10:13

(출처-조선일보 2015.01.10 이미지 주말뉴스부 기자)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이태원의 手製 맥주집, 무조건적 친절 강요안해
"일하는 직원이 즐거워야 고객에게 잘할 수 있어"

반말로 주문땐 돈 더 받아… "○○씨, 커피 주세요"
고운말 손님에겐 반값… 모두 기분 좋아지는 경험

감정노동자 보호가 대세
"여러분의 가족일 수도…" 백화점 직원보호 안내문
콜센터는 폭언 방지위해 전화 먼저 끊는 것 허용

"안녕하세요? 장그래씨. 맛있는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지난 7일 오후 12시 30분쯤 서울 광화문 사거리 한 카페. 
한 고객이 종업원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고 이렇게 주문한 뒤 손을 뻗어 종업원과 하이파이브
(두 사람이 손바닥을 마주치는 것)를 했다.


서울 종로구 엔제리너스 세종로점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이벤트에 참여한 

손님과 종업원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커피 값을 할인받은 손님도, 

친절한 말을 들은 직원도 “조금 쑥스럽지만, 기분이 좋다”고 했다. / 이진한 기자

이날 이 카페에선 주문할 때 무뚝뚝하게 

"아메리카노"라고 말하면 원래 가격보다 

50% 추가된 금액을 받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라고 말하면 제값을,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하면 

커피 값을 20% 깎아줬다. 

종업원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하고 주문한 뒤 

하이파이브까지 하면 50% 할인해줬다. 

늘 그런 건 아니다.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가 매월 첫째 수요일에

여는 '따뜻한 말 한마디' 이벤트 때 이렇게 한다.

말 한마디만 잘하면, 39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1950원에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이 이벤트는 최근 화제가 됐던 프랑스 니스의 카페 '라 프티트 시라'의 가격 정책을 연상시킨다. 

라 프티트 시라는 세 가지 커피 메뉴를 적어놓았다. '커피 한 잔'은 7유로, 

'커피 한 잔 주세요'는 4.25유로,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는 1.40유로다.

종업원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는 손님일수록 싸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 카페 지배인 파브리스 페피노씨는 한 인터뷰에서 "무례한 손님들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직원이 많아 

이런 방식을 도입했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계속 이렇게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수제 맥주 전문점 크래프트한스는 "손님은 왕이 아니라친구다"라고 적힌 칠판을 걸어놓았다. 
이 식당에 들어서자 직원이 "안녕하세요, 대니얼이에요! 파이팅!"이라고 인사했다. 
이곳엔 수시로 종업원을 부를 수 있는 벨도 없다. 손님이 오면 직원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인사한다. 
미국에 가면 식당에서 테이블 담당 종업원이 자기 이름을 말하며 인사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선 주문할 때 종업원 이름을 불러야 한다. 
이 회사 노동진 팀장은 "직원이 즐거워야 손님에게 서비스도 잘할 수 있다. 
그래서 손님을 친구처럼 대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두 사람의 상하 관계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며 
"처음엔 할인을 받기 위해 친절한 말을 했다 하더라도 사람은 자신이 내뱉은 말과 상반된 행동을 하는 걸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결국 행동도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례한 말이 가장 큰 상처 준다

'땅콩 회항'부터 백화점 갑질 모녀까지 '수퍼 갑질'에 분노하고 시달렸던 '을'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친절'을 요구하는 대신 종업원 이름을 부르며 존중하고, 감정노동자인 직원들을 배려하자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식당이나 상점이 정한 '룰'을 지켜줄 것을 정중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늘었다.

미국의 윤리 전문가 브루스 와인스타인은 그의 책 '윤리 지능'에서 
"고객이 부당한 요구를 할 때, 당신에게는 그것을 거부할 권리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손님과 종업원의 관계를 '상하 관계' 혹은 '갑을 관계'가 아닌 평등한 서비스 구매자와 제공자의 관계로 
정립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직원을 보호하는 것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소위 '감정노동자'에 대한 조사에서도 이들의 가장 큰 고충은 
'상처받은 감정을 숨기는 것'이란 사실이 드러난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알바생 919명을 상대로 한 조사를 보면, '말로 인한 상처'를 입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알바생의 90.8%가 "비매너 손님 때문에 상처 입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들이 상처를 받은 이유 중에는 "어이" "야" "알바!" 등 함부로 부르는 것과 "손님의 실수를 알바생에게 사과하라고 하기"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손님들도 무례한 말이 종업원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 국
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의원이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1.8%가 "감정노동자들이 
감정을 숨기거나 참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들의 가장 큰 고충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도 50.9%가 "지나친 항의, 폭언, 욕설, 성희롱"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갑의 횡포'가 심각한 편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유교문화의 '사농공상(士農工商)' 전통이 남아 있어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하려는 편견이 존재하는 데다,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오로지 '돈'만 중요하게 생각할 뿐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나 존중을 망각하는 세태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곽금주 교수는 "우리나라의 '존댓말 문화'도 사람 간 위아래 관계를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며 "나이·직급·직업 등 
위계질서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조건이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갑을 관계 문제가 더욱 빈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손님이 왕은 아니다


롯데백화점이 손님들의 무례한 말·행동 자제를 호소하며 내건 안내문. ‘가족’이란 감성적 단어로 호소하면서도 ‘경찰서 마크’로 단호한 느낌을 준다. / 롯데백화점 제공

지난해 3월 롯데백화점 각 지점에 작은 안내문이 설치됐다. 

여기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 여러분의 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인권을 무시하는 고성, 욕설 등의 언어 폭력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지점별 관할 경찰서와 '감정노동자 보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안내데스크, 층별 계산대, 고객상담실 등에 이러한 안내문을 설치했다.


롯데백화점에서 15년간 근무한 한혜정(40)씨는 "직원들은 고객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면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거나 그러한 상황에 처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직원들이 폭언을 듣거나
협박·폭행을 당할 경우 즉각 경찰이 출동하도록 협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감정노동자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콜센터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114 상담원들은 상대방이 성희롱이나 욕설을 할 경우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한
뒤 이런 행위가 3회 이상 계속되면 경찰에 고발하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절대 먼저 전화를 끊으면 안 된다'는 조항을 삭제했고,
SK텔레콤은 '(고객에게)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지 말라'고 교육한다.

미국에서는 '손님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WE RESERVE THE RIGHT TO REFUSE SERVICE TO ANYONE)는 

안내문을 붙인 식당들이 있다.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손님은 물론 직원에게 무례한 손님 역시 거절한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친절보단 자부심으로 승부

무조건적인 친절 대신 가게만의 룰을 만들고 손님에게 그 원칙을 지키도록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1981년 명동 뒷골목에 있는 5평짜리 반지하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업체가 된 라면집 '틈새라면'은 
일찍부터 '주인이 왕이다'라는 콘셉트로 성공했다. 박준호 틈새라면 본부장은 "당시 주고객이었던 학생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라면 하나를 팔더라도 주인의 프로 의식을 담는다는 '자부심'의 표현이었다"며 
"무조건 굽실거리기보단 자부심을 표현했던 것이 성공 요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서울 봉천동과 신사동에 있는 소고기 덮밥 전문점 '지구당' 입구에는 "친절은 없습니다. 따뜻한 밥이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어서 와"라고 쓴 메모가 붙어 있다. 가게 안에서 괴성을 지르는 것은 물론, 전화를 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안내한다. 가게는 "오시는 분들이 차분하고 편안하게 식사하실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라며 3명 이상 손님도 받지 않는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식당"이라는 평가와 "오만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유창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도도하고 당당한 서비스 제공자를 재미있다고 여긴다. 
품질이 받쳐준다면 이런 콘셉트는 손님들의 기대 심리를 끌어올리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점 등 가게들이 자체 규정을 마련해서 손님을 가려받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헌법에서 규정하는 평등권에 위배되지 않는 한 법적인 처벌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은 "종교, 성별, 인종 등에 따른 차별이 아닌 합리적인 영업 방침·규정이라면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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