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오늘의 세상] "메르켈, 3월 일본 가면 아베에게 역사를 다루는 법 알려줘야"

바람아님 2015. 1. 29. 11:37

[조선일보 : 2015.01.28 일자]

   

[獨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돌직구]

"日 대외 이미지 망치는 건 軍 위안부 誤報 사죄한 아사히신문이 아니라 과거 세탁하려는 日정부"

독일 주요 언론이 "일본의 대외 이미지를 망치는 건 일본군위안부 관련 오보를 사죄한 아사히(朝日)신문이 아니라, 과거 만행을 세탁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라며 일본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독일 정부와 언론이 외교 관계를 고려해 한·중·일 3국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조언을 삼가 온 점을 고려해볼 때 이례적인 보도다.

중도 우파 성향의 독일 유력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지난 26일 '일본의 성노예(Japans Sexsklaven)'라는 기사를 통해 "일본의 국가주의자들이 2차대전을 재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종전(終戰) 70주년을 맞아 역사를 재평가할 방침"이라며 "3월에 일본을 방문하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베에게 어떻게 역사를 다뤄야 하는지 확실히 말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익명의 외교 관계자는 "메르켈이 오는 3월 8~9일 방일할 예정"이라며 "방문 목적은 일본과 함께 유엔 안보리상임 이사국에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독일 정부는 아베총리의 역사 인식이 이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FAZ는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씨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밝혀졌음에도, 일본이 2차대전 중 여성 20여만명을 위안부로 동원한 데는 역사학적으로 이견이 없다"고 했다. 요시다는 1982년 아사히 인터뷰에서 "일본군이 제주도에서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고 밝혔다. 아사히가 일본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된 증언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요시다씨의 말을 토대로 작성한 1982년 기사를 취소하고 독자들에게 사죄했다. 이후 극우파로부터 "아사히의 위안부 보도 날조로 일본의 명성이 더럽혀졌다"고 공격받았다. FAZ는 "거짓말쟁이 한 명(요시다)이 발각됐다고 해서 독립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전체가 무효화될 순 없다"며 "더욱이 요시다는 1990년대에 이미 사기꾼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요시다 증언이 거짓으로 판명됐는데도 아사히가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지 않은 것은 "옳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가 나라 망신을 시켰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도 허구(虛構)라고 했다. FAZ는 아사히신문이 만든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인용, 해당 사안을 다룬 외신 중 아사히를 비판한 매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전했다. 오히려 언론을 희생양으로 삼아 국가주의를 강화하는 아베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외신이 비판하는 건 아사히가 아니라, 일본 정부가 저지른 만행을 세탁하려는 아베의 시도"라며 "하지만 일본 언론이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와타나베 쇼이치(渡部昇一) 조치(上智)대 명예교수를 대표로 일본인 8700여명이 아사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가 일본 우익의 공격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아베 정부가 비판적인 언론을 제재하는 것도 도마에 올렸다. 아사히의 사죄도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이뤄졌고, 일본 외무성이 아베와 국가주의를 비판하는 외신을 배척한다는 것이다. 아사히에 대한 집단 소송도 자유주의 성향의 여론을 억누르는 또 다른 방편이라고 했다. FAZ는 "일본 정부가 1990년대 담화(무라야마 담화) 발표 등 국제 무대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내에서는 아사히신문의 사과를 국가주의와 역사적 수정주의를 강화하는 데 이용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