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981

노예제 국가 북한에 팽(烹)당한 남한 “86세대” 운동권[송재윤의 슬픈 중국]

조선일보 2024. 1. 6. 02:00(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지난 세밑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공식적으로 “우리민족끼리” 전략을 파기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더는 “동족”이 아니라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이라며 그는 북한의 국격과 지위상 함께 통일 논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74년 전 북한은 “민족 해방”의 깃발을 들고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전쟁을 일으켰다. 이제 핵무장을 끝낸 북한의 수령은 남한 사람들이 동족이 아니라며 유사시 핵무기 사용 불사를 선언하고 있다. 김정은이 미국의 식민지 졸개라 부르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잠시 돌아보자. 625전쟁 이래 대한민국은 한미 군사동맹의 엄호 아래서 개방형 수출입국 정책에 따라 파죽지세..

'독립운동가 이승만' 지정에…野 "당장 철회를" 與 "역사 공부하라"

중앙일보 2023. 12. 25. 17:54 수정 2023. 12. 25. 19:04 국가보훈부가 내년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선정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역사의 범죄자를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다니 국민과 역사 앞에 부끄럽지도 않느냐”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서면브리핑에서 “이승만 국부론의 시작인가”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가 선정은 대한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독립영웅, 그리고 피와 눈물로 쓰인 독립운동의 역사를 조롱하는 만행”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더 치열하게 역사를 공부해야한다. 아울러 역사에 대해 더 겸손한 자세로 임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조선사의 최대 모순: 천민(賤民)도 천민(天民)이라면, 노비는 누구인가?[송재윤의 슬픈 중국]

조선일보 2023. 12. 23. 02:00(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세계 노예제의 역사를 돌아보면, 노예주도 자신이 소유한 노예가 똑같은 인간이란 사실을 모르지 않았음을 여러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 노예주들은 억지 논리와 변명거리를 지어내어 노예들을 인간 이하(subhuman)의 존재로 취급하려 했지만, 인간은 인간을 알아본다. 피부, 머리털, 눈동자의 색깔이 달라도 얼굴을 마주 보고 말 한마디 섞어 보면 누구나 같은 사피엔스임을 느낀다. 조선 사람들도 예외였을 수 없다. 그들이 남긴 문장을 읽어보면, 천민(賤民)도 천민(天民, 하늘의 백성)이란 구절도 보이며, 노비도 동포(同胞)라는 선언도 나온다. 그들도 인간일진대 하늘의 백성을, 동포의 절반을 노..

“동국(東國)의 양법(良法)”? 조선 유생들의 노비제 옹호론[송재윤의 슬픈 중국]

조선일보 2023. 12. 16. 02:0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한국사의 수수께끼: 왜 조선은 노비제의 나라가 되었나? 조선 국왕은 조선 땅에 살아가던 15~16세기 인구의 사실상 절반만을 공민(公民)으로 거느리고 있었다. 인구의 나머지 절반은 제각기 정부, 왕실, 양반가에 소유된 동산(動産, chattel)이었다. 사적인 백성, 곧 사민(私民)이었다. 다시 말해, 조선 국왕은 전체 국인(國人, 나라 사람)의 절반에 대해서만 임금 노릇했을 뿐, 인구 절반의 노비들에 대해선 사실상의 지배를 포기한 상태였다. 노비들은 왕의 백성이 아니라 타인에게 소유된 예속적 존재였다. 그 점에서 조선의 노비제는 왕족과 양반의 협업(partnership)으로 유지되었던 독특한 ‘백성 나눠 갖기’의 제도였다고..

암캐, 담사리, 말똥, 빗자루···· 노비 이름에 숨겨진 조선왕조의 비밀

조선일보 2023. 11. 25. 09:30 수정 2023. 11. 30. 14:50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사람에게 이름은 인격(人格)의 집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金春洙, 1922-2004)의 시구처럼 인간에게 이름은 자아의 거처이며 의식의 출발점이다. 소설 “투명 인간(Invisible Man)”으로 유명한 미국 흑인 작가 랄프 엘리슨(Ralph Ellison, 1913-1994)은 “타인이 선사한 이름을 인간은 자기 것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썼다. 누구인가 나에게 붙여준 이름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내 존재의 기호(記號, sign)이다. 만약 우리를 가리키는 존재의 기호가 우리의 현재 이름이 아니라 “말똥(馬?)”이나..

잠실이 원래는 강북이었다고?…그 큰 땅을 어떻게 강남으로 옮겼나 [서울지리지]

매일경제 2023. 11. 25. 20:09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 한강의 변천사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 뒷편의 석촌호수는 수도 서울의 유일한 호수공원이다. 이 석촌호수가 애초 한강의 본류였고 그 물줄기를 끊어 호수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서울시민이 얼마나 될까. 과거 홍수 영향으로 한강은 지형이 수시로 바뀌었고 그중에서도 잠실은 특히 변동이 심했다. 사실 잠실은 조선 전기만 해도 왕실목장이 있던 살곶이벌(성동구 자양동 뚝섬)에 있었다. 강남권이 아니라 강북에 속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중종 15년(1520) 대홍수로 뚝섬을 가로질러 샛강이 생기면서 잠실 일대는 섬으로 분리됐다. 원래 한강 본류는 잠실섬 남쪽을 지나던 ‘송파강’(松坡江)이었다. 대홍수로 만들어진 북쪽의 샛강은 새로운 강이라고 해서 ‘..

“인구 절반”을 노비 삼은 주자학(朱子學)의 나라 조선

조선일보 2023. 11. 11. 09:30 수정 2023. 11. 11. 10:16(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1614년 문서 한 장에 담긴 노비의 사회사 때론 오래된 낡은 종이 한 장에도 한 사회의 사회경제적 실상이 응축되어 있다. 전라남도 해남(海南) 윤씨(尹氏) 종가 녹우당(綠雨堂)에서 1980년대 초에 발견된 매매(買賣) 문서 한 장이 그러하다. 아래 문서에서 오른쪽 직사각형의 큰 종이가 당사자들이 작성한 본래의 매매문서이고, 왼쪽으로 붙은 세 장의 문서들은 서리들이 정부에서 발급한 매매 증명서다. 이 문서 맨 앞에 적힌 연도는 명(明)나라 만력(萬曆) 42년이다. 서기로 환산하면 1614년. 이 문서에는 18세 종남(終男)이와 5세 말 한 필을 ..

"인생 최고의 호사" 감탄이 절로…창덕궁 달빛기행 가보니

뉴스1 2023. 10. 7. 06:00 1년에 상·하반기 두 번 진행…올해 하반기 경쟁률은 31.6:1 금천교서 시작해 후원까지 두루 관람…전통예술공연도 백미 올해가 아니어도 좋다. 내년이 안 되면 내후년, 그것도 아니라면 인생 어느 순간 달빛 아래 창덕궁을 거닐어 보자. 도심의 소리가 완벽히 차단된 호젓한 시간 속에서 인생 최고의 호사(豪奢)를 경험할 테니 말이다. 해가 막 저문 오후 7시, 굳게 닫혀있던 창덕궁 돈화문이 활짝 열린다. 어둠이 짙게 깔린 궁 내부로 들어서 청사초롱을 하나씩 들고 본격적인 길을 나선다. 돈화문과 진선문 사이 금천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금천교를 건너고 진선문을 지나니 이내 창덕궁의 중심 인정전이 고요하게 관람객을 맞는다. '어진 정치를 펼친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