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5.08.04 정연심·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내가 본 프리다] [6] 정연심 홍익대 교수
1990년대 중·후반 뉴욕대에서 미술사를 공부했을 때 라틴 문화에 묘한 동경을 갖게 됐다.
그때만 해도 라틴 아메리카 문화와 예술 수업은 한국에서는 전혀 접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이었다.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부부 같은 멕시코 근현대 미술가들을 깊이 있게 안 것도 그때였다.
대학원에선 남미 문화와 예술을 그들의 굴곡진 역사와 함께 다룬 특별 수업이 주기적으로 열렸다.
유럽과 미국, 남미에서 온 전문가들이 와서 발표했고, 프리다 칼로와 같은 대가들은 한국인
유학생이었던 나뿐만 아니라 미국 학생들도 열광했던 주제였다.
미국인들은 칼로를 단순히 디에고 리베라의 연인이나 멕시코 출신의 여성 미술가로 한정시키지 않았다.
칼로는 멕시코 나아가 남미 그 자체를 상징했다.
멕시코 문화가 가진 문명의 힘, 자본에 굴하지 않는 특유의 토착 문화를 대변했다.
뉴욕타임스의 보수적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미국 중상층을 '보보(bobo)'라 칭하며 정신적으로는 보헤미안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부르주아로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보헤미안 부르주아 경향의 뉴요커들에게 칼로는 그들이 가지지 못했던 치열한 열정, 그리고 자본주의와 물질주의에
저항한 문명의 힘을 의미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뉴욕에서 칼로 부부는 이국적이며 다른 빛깔을 지닌 보헤미안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2002년 멕시코 출신인 여배우 셀마 헤이엑이 열연한 영화 '프리다'가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리다 칼로'전은 유학 시절 만난 '칼로의 추억'을 소환해줬다.
자화상을 비롯해 20년 전 내가 탐닉했던 20세기 멕시코 근대회화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칼로는 굳이 그림을 서구적인 방식으로 '잘' 그리려 하지 않았다. 투박하게 표현된 선, 양성처럼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를
멕시코 특유의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했다. 멕시코와 독일 피를 이어받은 칼로. 그녀는 서구 예술, 멕시코의 토착 예술과
신화를 혼합해 새로운 현대예술을 창조하려고 노력했다.
무조건 서구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뿌리와 배경을 자신만의 화폭에 꿋꿋이 녹여 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칼로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일 것이다.
[프리다 칼로 전시 보려면…]
▲2015년 9월 4일까지(전시 기간 중 휴관 없음)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관람료 성인 1만3000원, 중·고교생 1만원, 어린이 6000원
▲문의 www.frida.kr (02)801-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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