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9.07 김성현 기자)
['중국, 대국의 신화' 펴낸 김영진 국민대 교수]
최초의 통일 국가인 秦과 漢… 거슬러올라 大國의 원형 확인
김 교수가 최근 펴낸 '중국, 대국의 신화'는 제목처럼 중국 역사에 새겨진 대국의 유전자를 확인하려는 학술적 작업이다.
김영진 국민대 교수의 연구실에는 중국 작가 루쉰(魯迅)의 조각상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고개 숙인 소가 되리라”는 루쉰의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
현대 중국 정치를 전공한 김 교수는 5년 전부터 동료 교수들과 함께 '한서(漢書)' 등을 원서로 읽고 있다.
평일에도 연구실에 틀어박혀 오후 11시가 넘어서 퇴근하다 보니, 아내에게 '은둔형 인간'이라는 타박을 받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중국 초기 통일국가 형성에 대해 대담한 가설을 제시했다.
흔히 중국 역사는 통일 왕조의 수립과 분열이라는 '순환론적 시각'에서 설명하지만,
김 교수는 중국이 초기 국가에서 중앙집권적인 대국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인 통합 과정을 밟았다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춘추전국시대는 분열이 아니라 통합으로 나가는 과도기적 시기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의 자문화 중심주의인 중화사상의 원조도 공자와 맹자보다는 순자(荀子)에서 찾는다.
김 교수는 "순자의 시기에 이르면, 천하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개인적 욕망을 넘어 시대적 요구가 됐다"면서
"순자의 사상은 제자인 한비자와 이사(李斯)를 통해 진의 천하통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각주와 참고문헌을 포함해 1080쪽에 이르는 그의 책은 정치학과 역사학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서양의 사회과학과
동양 고전을 촘촘하게 교직(交織)한 '학문적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이런 책의 특징은 김 교수의 독특한 학문적 궤적과도
연관 있다. 그는 경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정치학과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유학 당시에는 중국 베이징대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진한(秦漢) 시대든, 시진핑(習近平) 시대든 대국이 되고 나면 정치·경제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과거에 중국이 짊어졌던 부담이 이민족의 침략과 거대한 중앙 권력 기구의 유지 등이었다면,
지금은 노동자 파업과 민족 갈등, 관료 부패와 환경 문제 등 사회적 문제들과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중국이 권위주의적 국가와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는 개방적 국가 사이의 갈림길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세계화 시대에 지방자치제와 대의제 등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요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도 중국의 변화상에 대해 주도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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