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0.16 남무성·재즈평론가)
팝송에서 가장 흔히 나오는 단어는 'Love(사랑)'다.
우리 가요에서도 사랑 이야기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정도다.
하지만 대중음악이라고 해서 사랑 타령만 하는 건 아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정치적 갈등이나 사회 부조리를 노랫말에 담는 게 유행이었다.
이른바 '프로테스트송(Protest song)'이라는 것이다.
냉전 시대의 모순에 저항해 뮤지션들이 민중운동가처럼 나서던 때였다.
그런가 하면 철학이나 종교, 과학 등 분야의 심오한 주제를 소재로 다룬 음악도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주와 외계 문명에 대한 노래가 많았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음악만이 아니라 소설과 영화에서도 즐겨 찾는 소재일 것이다.
클라투(Klaatu)라는 캐나다의 로큰롤 밴드가 있었다.
이들은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Sumer)를 주제로 노래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고대 유적들에서 볼 수 있는 기하학적인 문자와 형상들을 근거로 외계인이 지구의 문명을 창조했다는
주장을 노래로 담았다.
이 밴드는 '지구연대기', '신들의 고향' 등의 책을 쓴 러시아 인류학자 제카리아 시친을 롤모델로 꼽았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이 클라투의 노래를 듣고 시친의 책을 읽었다. 시친의 주장은 이렇다.
"과거에 가장 오래된 문명이면서 가장 과학이 발달한 세계가 존재했다.
이것은 신(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는 증명할 수 없다."
시친의 주장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진화론의 틀 안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다.
하나님이 우주 만물을 만들었다는 창조론의 관점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하지만 음악가들이 반드시 과학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상상력을 양분 삼아 크는 것이 예술이라면, 풀리지 않는 미지의 세계는 최상의 양분이 될 수 있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한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이 듬뿍 담긴 노래를 들으며
미지의 세계에 관해 사색하는 색다른 가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가을이라고 꼭 사랑 노래만 들으란 법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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