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2.14 신동흔 기자)
근시사회|폴 로버츠 지음|김선영 옮김
민음사|392쪽|1만8000원
"빠름, 빠름, 빠름…." "클릭, 슝~."
불과 얼마 전까지 한 통신회사와 인터넷 서점이 TV로 내보냈던 광고에서
들을 수 있었던 내용이다. 제품은 통신 서비스와 책으로 다르지만 광고하는
내용은 똑같이 속도, '얼마나 빨리 욕구를 충족시키는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금도 한국에선 쿠팡,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가 '로켓배송'을 이야기하고,
지금도 한국에선 쿠팡,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가 '로켓배송'을 이야기하고,
미국 아마존은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당일 배송에 도전한다.
전 세계적으로 단 하루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일까.
상품의 질(質)은 따지지도 않는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는 새 운동화를 사기 위해 저금통을 채우고,
친구가 보낸 편지를 기다리며 우편함 앞을 서성이지 않았던가.
아마 앞으로 '평생을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연인(戀人) 따위는 없을 것이다. 요즘 연인들은 메신저에 답을 빨리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헤어지는 판이다.
현대사회를 눈앞의 욕망만 추구하는 '근시(近視) 사회'라는 프레임으로
현대사회를 눈앞의 욕망만 추구하는 '근시(近視) 사회'라는 프레임으로
들여다본 분석서다. 미국에서 2014년에 나온 책인데, 디지털 혁명과 소비자 경제,
주주자본주의의 확산 등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시차(時差)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석유의 종말' '식량의 종말' 등의 저서로 주목받았고, LA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뉴스위크 등에 기고해온 저자는 '충동'을 참지 못하는 개인의 특징이 어떻게
전 사회적으로 퍼져나가는지 분석한다.
스마트폰·인터넷 통해 순식간에
전세계와 연결하는 현대…
눈앞의 욕망만 찾는 사회로 변해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순식간에 전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오히려 즉자적 만족, 단기적 이익, 눈앞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만 급급한
사회가 되고 말았다.
덕분에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장기 전략을 수립하거나 긴 호흡으로 사안을 대하는 인내심이 사라졌다.
언제 어디에 있든 모바일 쇼핑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세상은 소비자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언제 어디에 있든 모바일 쇼핑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세상은 소비자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얻기 위해 개인 정보에서 자신의 취향, 위치 정보까지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
이제는 '기계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상황이다. 그 많은 힐링 서적과 불안감을 치유하기 위한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배경엔 우리가 까발려진 존재라는 느낌이 작동하고 있지는 않을까.
정치는 양극화로 막말·독설 난무…
제어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어
근시성은 정치에서는 '양극화'란 형태로 나타난다.
SNS로 둘러싸인 미디어 환경은 마치 메아리처럼 자신과 같은 견해만 들리게 만든다.
반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과 논쟁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당장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막말과 독설, 극단적 공약을 쏟아내는 좌·우 양극단의
후보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치가 이렇게 편가르기로 가면 사회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기반시설의 확충이나 환경·교육 개선처럼 장기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들은 한없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인간의 뇌는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제어장치가 없으면 끊임없이 욕망에 탐닉한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이후 GM·포드·크라이슬러는 크고 강하고 위압적 느낌을 주는 SUV 모델을 잇따라 출시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이 차종들은 상대방 운전자의 사망 확률을 두 배나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불공평한' 충돌 결과는 오히려 시장에서 이 차종들의 판매를 부추기는 '매력 요소'로 작동했다.
저자는 우리 머릿속의 이 '파충류 뇌'를 제어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본다.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각자의 결단을 종용하지만, 뚜렷한 구조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이 책의 약점이다.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각자의 결단을 종용하지만, 뚜렷한 구조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이 책의 약점이다.
최근 뇌과학의 연구 성과들,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경제 이론 등을 끌어와 자기 프레임을 강화하다 보니
다소 산만한 느낌도 준다.
그러나 대량 소비와 디지털 혁명, 금융 사기가 횡행하는 세상에 정교한 해석의 칼을 갖다댔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오직 속도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기다리는 것은 더 이상 미덕조차 되지 못하는 것일까.
오직 속도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기다리는 것은 더 이상 미덕조차 되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는 방금 먹은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고 친구의 '좋아요'를 기다리느라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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