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4.07.19 방현철 논설위원)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리먼 브러더스가 2008년 파산하자 금융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투자자들이 돈을 빼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런던 정치경제대학을 찾아
"왜 아무도 위기를 예견하지 못했나"라고 물었다. 영국 학술원은 이듬해 7월 여왕에게 편지를 보냈다.
"위기를 예견하긴 했습니다만 언제 얼마나 심각하게 나타날지 몰랐습니다."
경제학이 2008년 닥쳤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걸 예측하지 못한다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김희정 옮김, 부키)에서
"경제학은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자기 분야도 제대로 모르는 마당에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라며
주류(主流) 경제학의 무능함을 비판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까지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시장은 실패가 없고 그나마 시장에 사소한 결함이 있다 해도
현대 경제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는 2003년 미국경제학회 연설에서
"공황을 예방하는 문제는 이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위기를 미리 경고한 경제학자도 있었다.
하이먼 민스키는 1960~70년대에 경제에 거품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주류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신고전주의는 시장이 잘 작동한다고 믿는다.
경제에 거품이 끼려면 원래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주식·부동산을 사고팔아야 하는데,
개인이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가정한 이들에게 그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 책은 위기 예측에 실패한 주류 경제학을 쓰레기장으로 보내라고 주장하진 않는다.
그는 고전주의, 신고전주의, 마르크스 학파, 개발주의 전통, 오스트리아 학파, 슘페터 학파, 케인스 학파, 제도 학파,
행동주의 학파 등 경제학을 아홉 갈래로 나눈다.
여러 주장이 병립할 뿐 '합의된 경제학'은 없다는 것이다.
현실 경제를 다룰 때는 신고전주의에만 매달려선 안 되고 아홉 학파의 주장 중 서너 개를 칵테일처럼 섞어서 해법을
뽑아내면 된다고 본다.
빈부 격차 해법만 해도 장 교수는 "소득의 적절한 재분배만으로도 가난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절대적 빈곤을 의미 있는 정도로 낮추려면 경제 발전이 답"이라고 했다.
'장하준의 경제학'은 '짜깁기'나 '절충주의'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데 원제는 '경제학 사용 설명서
(Economics: The User's Guide)'다. '장하준의 경제학'이 아니라 '경제학'에 방점이 찍혀 있다.
더 날 선 주장을 맛보려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는 게 낫다.
'人文,社會科學 > 책·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대식의 북스토리] 피네간의 경야 (0) | 2016.02.20 |
---|---|
몸의 90% 미생물… 균형 깨지면 자폐·우울증까지 (0) | 2016.02.20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두달 새 5만 부 ‘윤동주 열풍’ (0) | 2016.02.16 |
'로켓배송' '光速 메신저'… 한 치 앞 세상에 갇히다 (0) | 2016.02.15 |
[저자를 만났습니다] '왜냐고 묻지 않는 삶' 출간한 유럽 베스트셀러 저자 알렉상드르 졸리앙 (0) | 2016.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