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2.13)
전란으로 읽는 조선|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324쪽| 1만9800원 | 8명만 戰死한 '나선정벌'… 이겨도 이긴 게 아니었다? 조선은 1654년과 1658년 두 차례에 걸쳐 청(淸)나라의 요청으로 러시아군 토벌에 나섰다. '나선(羅禪·러시아) 정벌'이었다. 2차 정벌 당시 러시아군은 220여 명의 전사자가 발생했지만, 조선군은 전사(戰死) 8명에 그쳤다. 조선·청나라 연합군의 승리였다. 하지만 조선 군인에게 이 정벌은 승리의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2차 정벌의 사령관 신유(申瀏)는 개선하면서도 "이 나그네의 마음은 어찌하여 또다시 장탄식인고"라는 시구(詩句)를 남겼다. 그가 시름 에 잠겼던 건, 중화의 상징인 명(明)나라가 아니라 오랑캐인 청을 돕는 출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7세기 말에 접어들면서 북벌론(北伐論)이 힘을 잃자, 나선정벌은 청나라도 꺾지 못한 러시아를 조선의 힘으로 제압한 성과로 재평가되기에 이른다. 쓰시마 정벌부터 청일·러일 전쟁에 이르기까지 조선 시기의 굵직한 전란들을 통해 흥미롭게 역사를 풀이한 교양물이다. (김성현 기자) |
미술 철학사 1, 2, 3 | 이광래 지음 | 미메시스 | 총 3권 2656쪽 | 각 2만8000원 | 플라톤에서 조토까지… 철학과 미술을 함께 묶다"모든 예술가에게는 시대의 각인이 찍혀 있다"고 얘기한 마티스와 "미술의 역사는 철학의 문제로 점철된다"고 말한 미학자 아서 단토의 생각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위대한 예술은 조형적 완성도를 넘어 역사, 철학과 한몸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에서 성의 역사까지'(1989), '프랑스 철학사'(1993) 같은 선 굵은 철학서를 써온 저자가 철학으로 미술 읽기를 시도한 책이다. 차가운 철학이 그 시대의 캔버스를 만나 어떻게 감성적으로 구현됐는지를 보여준다. 특정 시대 내에서 예술이 철학, 종교, 문학을 가로지르며 잉태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낯설지만 깊다. 플라톤, 라캉에서 조토, 프랜시스 베이컨까지 철학자와 예술가를 넘나들며 권력과 욕망(1권), 재현과 추상(2권), 해체와 종말(3권)을 얘기한다. 430여 개의 도판은 별도 책 한 권으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만큼 풍성하다. (김미리 기자) |
예일대 지성사 강의 | 프랭크 터너 지음 | 서상복 옮김 | 책세상 | 512쪽 | 2만2000원 | 루소·토크빌·마르크스 등 사상가들의 지적연대기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지만 여기저기 쇠사슬로 묶여 있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의 이 한마디는 프랑스 혁명의 지적 도화선이었다. 그로부터 100년 뒤 독일의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18세기 프랑스 귀족 계급은 원한 감정, 곧 천민계급의 본능으로 붕괴되고 말았다." 인류 역사가 혁명적 변화로 요동치던 19세기의 지성사는 서로 상반된 사상을 가지고 있던 루소로 시작해 니체로 끝난다. 미국 예일대 사학과에서 수십년간 명강의로 유명했던 '역사 271' 강의는 바로 그 시대를 다뤘다. 강의를 담당했던 프랭크 터너 교수는 루소부터 토크빌, 마르크스 등을 거쳐 니체까지, 사상가들의 지적 연대기를 모험담처럼 풀어놓았다. 터너 교수가 생전에 했던 강의록을 엮은 것이라 입문서 수준의 내용이지만, 근대 지성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더 깊은 공부를 원하면 말미에 붙은 더 읽을 자료 목록을 참고하면 된다. (권승준 기자) |
[어린이책] 아이처럼 썰매 타며… 우울함 떨쳐버린 선비
(출처-조선닷컴 2016.02.13 신동흔 기자)
힐링썰매|조은 글|김세현 그림|문학과지성사|84쪽|1만5000원
한강에서 썰매 놀이를 하며 마음을 치유한 옛 선비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그림책. 시인 조은이 조선 후기 인조 때 형조판서를 지냈던 선비 이경전이 친구들과 한강에서
썰매를 타면서 남긴 '노호승설마기'라는 글을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다듬어서 썼다.
그림작가 김세현은 설원으로 변한 아름다운 한강변의 겨울 정취를 동양화로 담아냈다.
노량진 나루에서 지금의 양화대교 근처까지 달려갔던 그들의 썰매놀이는 무척
노량진 나루에서 지금의 양화대교 근처까지 달려갔던 그들의 썰매놀이는 무척
신났다고 한다. 설날을 며칠 앞둔 겨울, 여러 벼슬을 지내고 은퇴한
선비 이경전은 강가의 집에서 혼자 지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이 찾아와 배웅하러 강변에 나갔다가
우연히 썰매를 끌고 오는 소년들을 만난다.
알고보니 친구가 준비한 깜짝 선물. 그는 아이처럼 썰매를 타며 예순다섯 인생에서 잊지 못할 하루의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우울함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용을 닮은 듯한 바위, 솟구치고 푹 꺼진 기암괴석 등 동양화로 그려야 제 맛이 나는 우리 풍경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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