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2.23 김광일 논설위원)
한번은 에코가 이탈리아 상원 의원과 신문사 발행인이 함께한 세미나에 갔다.
발표 주제가 '신문이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에코는 언론과 정치 상황을 훑은 뒤 짧게 결론을 내렸다.
"정치가에게 인터뷰할 때마다 따옴표 속 자기 말에 서명하라고 하세요.
신문에 정치인 등장은 줄어들 테지만, 일단 등장하게 되면 매우 진지해질 겁니다.
그때 신문도 이익을 내게 됩니다."
에코는 신문의 성장에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봤다.
▶에코는 풍자와 반어법에서 불세출이었다.
▶에코는 풍자와 반어법에서 불세출이었다.
누군가 "당신 소설에는 왜 성행위 장면이 두 줄만 나오느냐"고 물었다.
에코가 "나는 쓰는 것보다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되받았다.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이라는 책에는 이렇게 적었다.
'괄호는 (꼭 필요해 보일 때에도) 담론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라.'
마흔여덟 살에 낸 첫 소설 '장미의 이름' 뒤로 여섯 후속작을 냈지만 평단 반응은 미지근했다.
독자도 첫 책만 더 찾았다. 에코는 "장미의 이름을 증오한다"고 푸념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출신을 모르는 고아였다. 시청 관리가 성(姓)과 이름을 지어줬다고 했다.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는 세 단어를 라틴어로 쓰고 머리글자를 모았더니 에코(Eco)가 됐다.
할아버지는 자식을 열셋이나 뒀다.
아버지는 아들을 법률가로 키우려 했으나 움베르토는 토리노대에서 중세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전공이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였다.
역설적으로 움베르토는 이때 성당 다니는 걸 그만두고 무신론자가 됐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미네르바의 성냥갑' 같은 에세이집을 보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미네르바의 성냥갑' 같은 에세이집을 보면
에코의 관심은 정치·사회·문화·과학·미디어같이 전방위 종횡무진이다.
그가 소매를 걷고 달려들지 않은 영역은 어쩌면 경제학뿐이다.
다빈치 이후 최고 '르네상스맨'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본인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트위터에 자기를 소개하면서 '르네상스맨은 아님'이라고 덧붙였다.
▶움베르토 타계 소식에 어느 포털 댓글이 870개나 붙었다.
▶움베르토 타계 소식에 어느 포털 댓글이 870개나 붙었다.
'백년의 고독' 작가 마르케스가 죽었을 때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수도원 살인을 그린 '장미의 이름'을 되새기는 글이 많았다.
2002년 에코가 한국 교수와 대담했을 때 배우 브리짓 바르도를 비난했다는 기록도 용케들 끄집어냈다.
그는 특정 음식 문화를 탓한 바르도를 "우둔함의 극치"라고 했다.
이제 고인이 된 문화인류학자는 그렇듯 갇힌 생각을 혐오했다.
국내 25권짜리 전집 책날개에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지성이라고 돼 있다.
움베르토 에코 책들 - 소설 - '장미의 이름' / ‘푸코의 진자’ 에세이집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미네르바의 성냥갑' |
"움베르토 에코(1932/0105 - 2016/02/19)" 관련 조선일보 기사 보기 '장미의 이름'으로 天國의 책장을 열다(조선일보-2016/02/22) |
블로그내 관련 게시물 장미의 이름' 이탈리아 기호학자·작가 움베르토 에코 별세(종합)(연합뉴스 2016/02/20) |
'人文,社會科學 > 時事·常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신을 버리는 노인들.."짐되는 것 같다" 도움도 거부 (0) | 2016.02.24 |
---|---|
[일사일언] 영국인도 모르는 영어 (0) | 2016.02.23 |
<오후여담>흙수저 장영실 (0) | 2016.02.22 |
[다산칼럼] 사고다발 그리고 차집관거 (0) | 2016.02.22 |
'장미의 이름' 이탈리아 기호학자·작가 움베르토 에코 별세(종합)/"개고기 먹는 것은 다른 관습일뿐"…한국 옹호한 움베르토 에코 (0) | 2016.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