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2.23 팀 알퍼·칼럼니스트)
딱 10년 전 한국에 와서 직장을 구하고 처음 출근했던 날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쉬는 시간에 한 친절한 동료가 다가와서 부드럽게 물었다. "토스트라도 먹을래요?"
그 말에 뛸 듯이 기뻤다. 영국 사람들은 대부분 토스트라면 환장한다.
그 말에 뛸 듯이 기뻤다. 영국 사람들은 대부분 토스트라면 환장한다.
아침, 점심, 저녁 가릴 것 없이 빵을 잘라 토스터에 넣어 구운 뒤 버터나 잼을 발라 먹는다.
그날, 그런 토스트를 상상하고 동료를 따라갔다가 깜짝 놀랐다.
회사 옆 골목에 주차된 트럭엔 검은색 철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앞에 앉은 사람은 철판 위에 버터를
녹인 뒤 두툼하게 썬 식빵을 얹고 차례로 치즈, 햄, 계란과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 야채를 얹고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렸다.
나는 친절한 동료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그 생소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나는 친절한 동료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그 생소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왠지 속은 기분이었다. 영국식 토스트를 상상했는데 한국식 토스트를 받아드니 마치 사탕 한 상자를 받기로 했다가
브로콜리 한 접시를 받은 아이처럼 속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이후 같은 영어 단어라도 한국에선 전혀 다른 걸 가리킬 수 있단 걸 깨달았다. 예를 들면 사이다(cider).
영국에서 사이다는 사과로 만든 맥주를 가리킨다. 하지만 한국의 술집 메뉴판에서 사이다를 발견하고 기뻐서 주문했더니,
탄산 섞인 설탕물이 나왔다. '다크 서클' 같은 말도 신기하다. 영어권 나라에선 다크 서클이란 말을 보통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다. 아마 피부과 전문의나 화장 전문가들이나 그런 말을 쓸 것이다. 사전에서도 다크 서클이란 말을 보지 못했다.
영국에선 다크 서클이 진한 사람을 보면 "눈 밑에 가방을 메고 있다(bags under their eyes)"고 한다.
영어권에서도 생소한 다크 서클이란 말이 어떻게 한국에선 널리 쓰이게 됐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영어권 국가라도 같은 말이 다르게 쓰이긴 한다.
팬츠(Pants) 같은 말은 미국에선 바지를 뜻하지만, 영국에선 남성용 속옷 하의를 말한다.
한국에선 '빤쓰'라고 하면서 남녀 모두의 속옷 하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영국 사람인 나도 한국에서 영어 단어를 말할 때 신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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