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時事·常識

자신을 버리는 노인들.."짐되는 것 같다" 도움도 거부

바람아님 2016. 2. 24. 00:00
연합뉴스 2016.02.23. 10:09

자기방임 노인 학대 급증…지난해 인천에서만 103건

'숨겨진 자기방임' 더 많을 듯…자살로 이어질 위험 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쓰레기 더미 속에서 수년째 홀로 사는 노인도 학대에 해당할까.

경기도 김포시에서 '5t 쓰레기 더미 아파트'에서 생활하던 한 70대 노인이 지난달 파출소 경찰관들의 도움으로 쓰레기 더미에서 벗어났다.

A(74)씨는 지난달 16일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길가에 앉아 있다가 김포경찰서 양촌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의 눈에 띄었다.

두 경찰관은 노인을 바래다준 사흘 뒤 안부가 궁금해 재차 그의 임대아파트를 찾았다.

경찰은 집안 가득히 쌓인 쓰레기를 마주했다. 게다가 A씨는 경찰의 도움마저 완강히 거부했다.

일주일 동안 A씨를 10여차례나 찾아가 설득한 끝에 경찰은 결국 쓰레기를 치울 수 있었다. 비좁은 임대아파트에서 나온 쓰레기는 5t을 넘었다.


검진 결과 A씨는 오랫동안 뇌출혈을 앓았고 몸에는 욕창이 생긴 상태였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자기방임' 학대로 본다.

자기방임은 말 그대로 의식주나 의료 처치 등 최소한의 자기보호를 하지 않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이다.

자기방임 학대 사례에 해당하는 노인들은 스스로를 방치하다가 자살 등 극단적인 길로 접어드는 수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도와드리려고 해도 어르신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강제적으로 개입하기가 어렵다"며 "지방자치단체와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건강관리 등을 통해 노인 자기방임 사례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에 접수된 노인학대 사례는 274건이다.

이 가운데 자기방임 학대 사례가 103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들 학대 94건, 배우자 학대 37건, 딸 학대 16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자기방임 학대 사례 가운데 우울증 등으로 자살한 노인도 65명에 이르렀다.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고위험군 노인을 조기 발굴해 치료하는 위기노인자살예방사업을 펼친 결과 접수된 자기방임 학대 사례가 이례적으로 늘었다.


원래는 학대 행위자가 아들인 경우가 매년 가장 많다.

이처럼 집중적인 발굴 사업을 통해 접수된 자기방임 학대 사례가 크게 늘어난 점으로 미뤄 숨겨진 자기방임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많은 자기방임 어르신들이 '짐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주변이나 자식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며 "이러한 경우 건강 악화는 물론 자살이나 고독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