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기경 로마 황제는 강한 군대를 보유하기 위해 입대하는 병사의 결혼을 금지하였다. 결혼 후 입대하게 되면 두고 온 처자식으로 군의 사기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해심이 깊은 밸런타인 주교는 황제의 칙령을 어기고 몰래 병사들의 결혼을 주선하였다. 얼마 후 밸런타인 주교는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순교하게 된다. 그날이 2월 14일이다. 많은 젊은 남녀들이 밸런타인 주교를 추모하면서 이날은 기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카드나 꽃을 선물로 교환하는 풍습이 생겨났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 되었다. 밸런타인데이(2.14)는 남성이 여성에게, ‘화이트데이’(3.14)에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 선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초콜릿 선물을 주고받지 못한 싱글 남녀들이 4월14일 짜장면으로 외로움을 달랜다하여 그 날을 ‘블랙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이 선물로 사용된 것은 역사가 오래지 않다. 초콜릿은 본래 중남미 멕시코의 유카탄 지방이 원산지이다. 초콜릿은 영어식 발음이고 현지에서는 ‘시큼하고 쓴 음료’라는 의미의 ‘소콜라틀’로 부른다고 한다.
멕시코의 유카탄 지방에는 카카오나무가 많았고 그 나무의 열매인 카카오 빈(콩)을 현지인들은 약용으로 사용하였다. 초콜릿은 카카오 빈 즉 코코아를 재료로 가공한 식품이다. 카카오 빈을 갈아서 카카오 버터을 제거하면 핫 초코를 만드는 코코아 가루가 된다.
이탈리아의 항해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가 신대륙에서 가져 온 카카오 빈을 스페인 왕에게 선물하면서 초콜릿이 유럽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유럽의 귀족들은 시큼하고 쓴 음료인 초콜릿에 설탕이나 꿀을 타 마셨다. 초콜릿 음료는 커피처럼 카페인이 들어 있어 머리를 맑게 하는 기호식품이다.
커피의 원산지는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이다. 중동의 예멘 상인에 의해 커피는 아랍 커피로서 서양에 소개된다. 유럽에 알려진 카페인이 포함된 양대 기호음료 초콜릿과 커피가 신대륙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들어 온 셈이다. 초콜릿 음료는 유럽의 귀족들에 의해 애용되었고 커피는 비교적 서민 중심으로 유행되었다고 한다.
1800년대 중반에 들어오면서 스위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초콜릿 음료보다 버터와 우유를 넣은 지금과 같은 고형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최근 지인이 초콜릿을 보내왔다. 황금색의 예쁜 상자에 들어 있는 유명한 고디바(Godiva) 초콜릿이다. 고디바 초콜릿은 아름다운 여인이 누드로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의 로고가 눈길을 끈다.
지금부터 90년 전인 1926년 벨기에의 왕실전용 초콜릿 제조업자가 실존 인물인 영국의 고디바 부인(Lady Godiva 1010-1067)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 자신이 만든 초콜릿에 고디바의 이름을 사용했다.
11세기 영국의 코번트리 지방을 통치하는 레오프릭(Leofric)이라는 영주가 살았다. 탐욕스러운 영주는 세금(소작료)을 너무 많이 부과하여 백성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영주의 젊고 아름다운 부인 레이디 고디바(일부에서는 ‘고다이바’로도 발음함)는 세금을 경감해 주도록 부탁하였다. 영주는 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뜻으로 발가벗은 상태에서 말을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올 수 있다면 소원대로 해주겠다고 약속 한다.
레이디 고디바는 고민 끝에 백성들을 위해 발가벗고 말위에 올랐다. 가느다란 여인의 몸을 가리는 것은 길게 자란 금발뿐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코번트리 사람들은 레이디 고디바의 고마운 용기에 보답하고자 모두 외출을 않고 집안에서도 일체 밖을 내다보지 않도록 결의를 하였다.
고디바 부인이 발가벗은 몸으로 말을 타고 성문을 나서자 거리는 유령도시처럼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모든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영주는 할 수 없이 약속대로 세금을 감면해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피핑 톰(Peeping Tom 몰래 훔쳐보는 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날 호기심 많은 톰이 닫혀 있는 창문의 커튼 사이로 지나가는 고디바 부인의 누드를 엿보았다. 그 후 톰은 저주를 받아 눈이 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사족으로 곁들인다.
고디바 부인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부드럽고 달콤한 초콜릿 맛으로 표현한 고디바 초콜릿 회사는 몇 년 전부터 이스탄불에 근거를 둔 터키의 글로벌 식품회사에 인수되었다. 당시 신문에서는 ‘레이디 고디바가 이스탄불의 신부가 되다( Lady Godiva becomes bride of Istanbul)'라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밸런타인데이가 지났지만 좋은 식감과 향으로 입안에서 녹을 준비를 하고 있는 가지각색의 고디바 초콜릿을 바라보면서 성 밸런타인과 레이디 고디바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한다.
한편으로 고난의 행군을 겪은 북한 주민의 어려운 생활을 도외시하고 핵과 장거리 미사일로 한반도를 긴장 속에 빠뜨리고 있는 김정은을 생각한다.
명품을 추구하는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세계 최고의 초콜릿 브랜드인 고디바의 마니아인지 모른다. 김정은이 부드러운 고디바 초콜릿을 맛보기 전에 백성을 위하는 레이디 고디바의 애민(愛民)정신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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