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에서 공식적으로 거래된 사진만 인정받는 ‘가장 비싼 사진 목록’의 1위는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라인Ⅱ’다. 2011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48억원(현재 환율 기준)에 팔렸다. 이 목록의 25위는 신디 셔먼의 무제 #48로 200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7억원에 팔렸다. 1위에서 25위까지의 목록 중에서 구르스키와 셔먼의 사진이 15개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카메라로 찍기 때문에 무한복제가 가능하다. 몇십억원에 거래가 된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들린다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비싼 사진의 목록에 오른 사진을 보면 따라서 찍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페이스북을 통해 기사를 쓸 것이라고 알리고 사진 시장, 사진의 가격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들어봤다.
‘가장 비싼 사진 목록’ 1위는구르스키의 ‘라인Ⅱ’ 48억원
한국작가로는 배병우 김인숙 등 작품 홍콩 경매시장에서 수천만원에
국립현대미술관 1천여점 소장 최고가는 1억원짜리 작품
한국서는 서울옥션 2001년 첫 경매 42점 출품돼 13점 낙찰
1차 시장은 화랑과 아트페어
2차 시장은 경매회사
최근 추세는 구상보다 추상이 대세 한정판인 에디션 필수, 필름이 희소성
사진작품 시장 대중화 위해 싼값에 대안적 전시회 열기도
■ 사진도 사고팔리나요?
위키피디아를 검색하면 공개적으로 팔린 ‘가장 비싼 사진 목록’이 있으니 분명히 사진은 거래가 된다. 한국 사진가들의 작품도 나름 거래 가격이 형성돼 있다. 2013년 6월엔 서울옥션의 ‘제1회 사진전문경매’에서 40점이 출품되어 18점이 낙찰됐다. 당시 낙찰 총액은 3억1200만원이었다. 최고가는 일본 작가 스기모토 히로시의 작품으로 1억원에 팔렸다. 배병우의 소품, 워커 에번스의 작품 9점 묶음 등이 경합판매되기도 했다. 김인숙의 ‘토요일 밤’(Saturday Night)은 4000만원에 낙찰되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펴낸 2015년 ‘작품가격’에 따르면 김인숙의 ‘토요일 밤’은 2014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6200만원에 팔렸으니 가격 변화를 볼 수 있다. 배병우의 작품 소나무 한 점도 같은 경매에서 1900만원에 거래되는 등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 작가 10명 정도의 작품이 공식 낙찰됐다.
■ 언제부터 사고팔았나요?
회화에 비해 사진은 역사가 일천하다. 사진 작품 거래도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에선 서울옥션이 2001년에 6월 ‘사진과 현대미술전’이란 이름으로 경매를 연 게 공식적인 첫 사진거래다. 이 경매에 강운구, 구본창, 육명심, 주명덕, 한정식, 황규태, 홍순태 등 국내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 42점이 출품돼, 13점이 낙찰됐다.
그렇지만 아직 사진 시장은 활발하지 않았다. 공근혜갤러리의 공근혜 관장은 “2005년에 사진 전문 화랑을 표방하며 갤러리를 열었다. 2006년에 뉴컬러사진의 선두주자였던 조엘 마이어러위츠의 전시를 열었는데 주변 화랑들의 반응이 ‘사진도 팔려?’였을 정도로 회의적이었다. 큰 컬렉터가 조엘의 작품 한 점을 구입했고 주변에서 서서히 사진을 취급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고 말했다. 미술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았던 2006년을 기점으로 사진 판매의 붐이 일었고, 2008년 후반 리먼사태로 세계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 때까지 활활 타올랐다.
■ 가격은 어떻게 결정이 되나요?
판화나 조각작품처럼 사진도 에디션이 있다. 거래가 되려면 확실한 에디션이 필수다. 작가가 작품을 발표할 때 크기별로 작품의 수를 몇 장까지 인화할지를 결정하는 게 에디션이다. 제대로 된 작가는 정해진 에디션을 인화하고 나면 추가로 새로운 크기의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최초의 가격은 화랑과 작가가 결정한다. 크리스티 코리아의 배혜경 대표와 서울옥션 김가진 스페셜리스트 등은 정확한 에디션, 그 작가의 대표작인지, 미술사에서의 위치, 희소성 등을 작품 가격 결정의 주요 잣대로 꼽았다. 작품을 둘러싼 히스토리, 구매자의 열정도 영향을 미친다.
2008년 한국의 한 화랑이 배병우의 소나무 작품을 들고 런던에 갔는데 엘턴 존이 6천만원 정도에 사갔다. 그다음부터 배병우의 작품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진짜 중요한 컬렉터가 샀다면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가격이 올라간다. 작가의 철학도 중요하다. 디지털 작품보다는 필름이 더 희소성이 높다.
■ 어떤 사진을 찍어야 팔릴까?
실체를 알 수 없는 초현실주의나 추상 사진이 대세인 것 같다. 합성이나 만들어지는 사진(컨스트럭티드 포토), 설치사진 같은 것이 많아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목록이나 사진경매회사에서 거래되는 목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옥션에서 경매된 사진 중 역대 가격 1, 2, 3위는 외국 작가로는 스기모토 히로시, 토마스 루프(2, 3위)이며 한국 작가로는 김아타, 배병우(2, 3위)다. 이 중 배병우의 소나무를 제외하면 장노출이거나 초점을 흐렸거나 합성이다.
■ 한국 작품 중에 가장 비싼 것은?
전체 한국 미술 시장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래도 공식 거래가 간간이 있다. 한국에서도 공식경매에서 거래된 것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가장 비싼 작품을 찾는 것은 모호한 점이 있다. 기록을 보면 한국 사진작가의 작품으로는 2007년 홍콩 크리스티에서 당시 홍콩 달러로 108만달러(1억5천만원. 현재 환율)에 거래된 배병우의 ‘소나무 3A-004’와 ‘소나무 3A 002’가 비교적 높은 가격이다. 2014년 11월 K옥션에서 김아타의 ‘온 에어 프로젝트 100-7’이 1500만원에 팔렸고 민병헌의 ‘TR093’은 2014년 6월 K옥션에서 580만원에 팔렸다. 주명덕, 이정진 등의 작품도 2014년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사진 중에서 구입가가 가장 비싼 것이 1억원이라고 하는데 누구의 작품인지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1차 시장과 2차 시장이 있다. 화랑과 아트페어 등이 1차 시장인데 화랑은 작가 작품을 전시하고 컬렉터들이 화랑에서 작품을 본 뒤 구매할 수 있다. 아트페어는 여러 화랑들이 작품을 출품하는 시장으로 역시 컬렉터들이 작품을 본 뒤 구매할 수 있다. 2차 시장은 경매회사다. 경매는 1차 시장을 통해 구매한 미술품을 다시 판매하고 싶을 때 경매회사가 컬렉터(개인일 수도 있고 단체나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등의 작품을 위탁받아 경매한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사고파는 가격은 경매 시장이나 화랑에선 인정하지 않는다. 간혹 한국 사진가들 중에서 사진 시장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가격을 잘못 잡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즉, 어떤 작가의 작품이 얼마에 팔렸다는 이야길 듣고 “나도 자존심이 있는데 저 정도는 받아야지”라고 가격을 결정하게 되면 경매회사나 시장에선 인정해줄 수 없다는 뜻이다.
■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떻게?
사진계의 공통적인 희망사항은 미술관에서 사진컬렉션을 많이 해주길 바란다는 점이다. 국립과 시립, 대형 미술관 등에서 사진 작품을 구입해줘야 작가들이 작업할 길이 열린다. 개인 컬렉터들이 구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프랑스 파리에선 미술관이 작품을 구입할 때 화랑이나 경매를 통해서 구입한다. 작가와 직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한다. 유통시장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다. 한국에선 미술관이 작품을 구입하면서 ‘뮤지엄 프라이스’라 하여 작품 가격을 깎으려고 든다. 화랑 입장에선 일반 컬렉터에게 파는 것이 더 낫다. 그러다 보니 화랑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재고를 미술관에서 가져간다. 간혹 개인 작가들이 직접 미술관에 작품을 기부하거나 구매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소장되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 때문에 시장에서의 작품 가격 형성이 혼선을 빚게 되기도 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선 미술은행 소장과 수집의 두 가지 방식으로 사진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은행 소장품은 모두 197점이 있는데 구입가격은 12억355만원으로 1점당 평균가액은 610만원이다. 수집 작품은 구입과 기증으로 나뉘는데 구입 작품은 600점, 기증품은 304점이다. 이 중 가장 고가로 구입한 작품은 1억원짜리라고 한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중에서 1천만원이 넘는 것은 20개 작품 안쪽이며 가장 높은 구입가는 2800만원짜리다. 사진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다.
■ 갖고 싶긴 한데 너무 비싸서…
대안적인 사례가 몇 있다. 최근 ‘스페이스22’에선 성남훈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작품을 판매했다. ‘스페이스22’ 쪽에 따르면 모두 118점이 팔렸다. 대표 이미지가 가장 많이 팔렸는데 30개 에디션을 모두 소화했다. 11R(11인치×14인치)가 60만원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을 저렴하게 했다. 사진을 좋아하지만 평소에 너무 비싸서 못 사다가 이번에 대중적인 가격으로 만나니 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에디션과 품질보증서는 철저하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덩달아 사는 사람도 몇 있었지만 투자 목적으로 사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고 한다. ‘스페이스22’ 쪽에선 사진작품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판매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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