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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아 쉬어 가려무나

바람아님 2016. 12. 6. 22:58

 




세월아 쉬어 가려무나 / 이정규



바람처럼 왔다가 길 떠나는 인생
풀잎 위에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고
태양의 열기에 증발되는 것을
어찌 모르겠냐 마는
짐 지고 지나온 이 고행의 길에

 
세월의 주름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쉼 없는 역경 속에
내 인생의 자양분은 어디로 갔는지
돌아보니 굽이마다
절망과 좌절의 길이었음을

 
빈 마음으로 살아 오지는 않았지만
공허한 유수 속에 꿈을 키운 소망
시들어진 꽃잎 되었으니
지친 마음은 고뇌의 통증이겠지

 
탁한 강물이 바다에 합류되어도
늘 푸르듯이
지나간 긴 사연들 모두 잊고서
내 가진 것 없다 하지만
인생의 빛깔을 이제 알았으니
야속한 세월아
조금만 쉬어 가려무나 나를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