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 이후 베이징(北京)에서 일본 외교관이나 특파원들을 만나게 되면 꼭 나누게 되는 화제가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과거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국유화 사태 당시 반일 분위기 비교다.
지난 8일로 한국이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지 꼭 일 년이 된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내 시장에서의 판매가 절반으로 감소했고 한국을 찾는 단체 관광객이 거의 끊기면서 면세점과 관광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베이징에서 한류 콘텐츠가 막히고 한식당들이 줄지어 문을 닫는 것을 눈으로 지켜봤다.
한국 교민이 많이 사는 베이징(北京)의 왕징(望京) 지역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으로 들어가는 이삿짐 차들이 들락거린다. 쇼비니즘적 광풍은 지나갔지만 이미 소비자들이 외면한 한국 제품과 한국 관광, 한식의 자리는 일본 제품과 일본 관광, 일식으로 대체됐다. 2012년 센카쿠 사태 이후 중국 정부는 수도 없이 강하게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국토의 완정(完整)”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흥분한 반일 시위대는 개전을 주장했고 군부에서는 공개적으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그러나 사건 후 1년여가 지나자 토요타(豊田)는 중국 시장에서 이전의 위치를 완전히 회복했을 뿐 아니라 밀린 수요를 소화하며 더욱 큰 폭으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유니클로의 해외 매장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내 472개 매장은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회장이 일본 최고의 부호로 등극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중국에서 ‘대박’이 난 ‘미니소’는 일본 합자로 세워진 중국 기업으로 간판에 일본어를 ‘썼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일본 기업임을 ‘강조해’ 대박을 냈다.
그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중국이 목숨을 걸고 수호하는 ‘핵심이익’이라던 영토, 일본이 센카쿠 국유화를 철회했나?
아니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과거 일본 군국주의가 중국에 저지른 과거사에 대해 중국 인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나?
일본은 두 가지 다 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의 강경한 태도 앞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와 민간 할 것 없었다. 2014년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굳은 얼굴로 외면하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악수하는 굴욕스러운 사진도 찍혔다. 중국 대변인이 굳은 표정과 근엄한 얼굴로 일본을 ‘꾸짖는’ 모습을 보이고 시 주석이 일본 총리를 마지 못해 만나 주는 듯한 모양새가 한동안 지속됐다.
그러나 결국 지난해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양 정상이 웃으며 악수했고, 지난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에서는 양국이 센카쿠 사건 이후 처음 국기를 나란히 걸고 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의 ‘체면’을 세워주고 실리를 챙긴 것이다. 최근 7월 7일로 중·일 전쟁 발발 80주년이었지만 중국은 조용했다.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포기하지 않고 대신 외부의 압박에도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대할 뚝심과, 감정보다 실리와 국익을 우선할 냉철한 판단력이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있는지, 사드 파고를 넘으며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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