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3.01 김기철 논설위원)
"오래전 우리는 운명과 약속했습니다.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세계는 잠들어있지만 인도는 자유와 생명을 향해 깨어날 겁니다."
1947년 8월 14일 밤 인도 초대 총리 네루는 제헌의회 연설대에서 외쳤다.
200년간의 영국 식민 지배를 끝내는 순간이자 세계 최대 민주 국가의 탄생이었다.
인도는 1·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편에 참전, 숱한 희생을 치렀다. 2차 대전 후 영국은 인도 독립을 허용했다.
영국(인도)과 싸우던 일본이 항복한 8월 15일을 D데이로 잡았다. 독립일이 우리와 같아진 이유다.
▶'식민지' 인도는 1960년대 후반 서구인들에게 '영적(靈的) 고향'으로 부활했다. 비틀스의 공(功)이 컸다.
1968년 비틀스는 갠지스 강변 리시케시를 찾았다. 명상가 마헤시 요기의 명상센터에서 3개월간 요가와 명상을 배웠다.
수만명의 히피가 뒤따랐다. 현대 물질문명에 싫증 난 이들에게 인도는 반(反)문명의 상징이었다.
한국에도 1980년대 명상서와 기행집이 쏟아지면서 인도 바람이 불었다.
▶'삼국유사'엔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과 결혼했다는 대목이 있다.
1999년 아유타국으로 추정되는 인도 소도시 아요디아의 왕실 종손 부부가 김해 김수로왕 대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해시는 아요디아시(市)와 자매결연을 하고 2001년 현지에 허왕후 기념공원까지 세웠다.
'허황옥 스토리'가 2000년 세월을 뛰어넘어 두 나라를 잇는 인연의 고리가 됐다.
▶'제2회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이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기업인·정치인·관료 1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인도 측에서만 모디 총리와 경제·산업 분야 장관 7명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인구 13억명의 인도가 1990년대 개방 경제를 택하면서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4년 이후 매년 7%대 고속 성장을 이어가 작년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7위다.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는 2030년쯤 인도가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오를 것으로 본다.
▶모디 총리는 엊그제 본지 인터뷰에서 "지난 40년간 한국은 가난을 극복하고 제조업 강대국으로 거듭났다.
인도도 한국처럼 탈바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는 중국의 팽창을 경계하고 있다.
그런 인도에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도 매력적인 파트너일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는 잘 통한다" "계속 함께 가자"는 모디 총리의 말은 우리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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