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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웨딩드레스 입고..할아버지와 기념사진 찍은 손녀 사연

바람아님 2018. 3. 14. 09:00

세계일보 2018.03.13. 13:02

 

뇌졸중과 건강 악화 등으로 할아버지가 언젠가 세상 떠날 것을 걱정한 중국의 20대 여성이 자기 결혼하는 날을 보지 못할 것을 대비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기념사진 찍은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에 사는 푸모(25)씨의 할아버지(87)는 뇌졸중과 건강 악화 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신세다.

최근 몇 달 사이 병원에 가는 날이 부쩍 많아진 가운데 의사도 푸씨에게 할아버지와 이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어렸을 때부터 자기를 돌봐준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이 푸씨에게 점점 가득해졌다.

 
중국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에 사는 푸모(25·사진 오른쪽)씨의 할아버지(87·왼쪽)는 뇌졸중과 건강 악화 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신세다. 최근 몇 달 사이 병원에 가는 날이 부쩍 많아진 가운데 의사도 푸씨에게 할아버지와 이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어렸을 때부터 자기를 돌봐준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이 푸씨에게 점점 가득해졌다. 할아버지가 자기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푸씨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할아버지와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푸씨는 아직 교제하는 사람이 없어 언제 결혼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할아버지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푸씨의 부모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일하느라 거의 집에 있지 않았으며, 사이가 나빠져 결국 딸이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부터 푸씨의 할아버지가 사실상 그의 보호자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젊었을 적 고된 노동과 가사 등으로 나이 들어 몸이 쇠약해진 할아버지가 자기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푸씨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할아버지와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푸씨는 아직 교제하는 사람이 없어 언제 결혼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할아버지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푸씨는 “할아버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며 “아직 결혼할 사람이 없지만, 나중에 태어날 내 자식에게 할아버지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푸씨는 “최근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가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며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푸씨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의 오른팔에는 할아버지 얼굴 문신도 새겨졌다. 너무나 아파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문신 새길 때의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푸씨는 검소하게 살면서도 손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원하는 건 들어준 할아버지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안 계시는 세상은 생각도 할 수 없다”고 슬퍼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씨의 할아버지는 “기념사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어렵사리 입을 뗐다. 그는 “손녀가 사진 촬영을 원했다”며 “비록 아이의 부모는 없지만, 그 자리를 내가 대신해줬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