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6.02 정지섭 기자)
前백악관 부보좌관 회고록 발간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의심치 않았던 버락 오바마는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가 굳어지자 충격을 받는다.
대선 결과 관련 대통령 연설문을 준비하던 참모로부터 '지지자들은 안심시키는 내용을 담아 달라'는
요청을 받은 오바마는 "내가 그럴 만한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극도로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 날엔 "땅 위의 모래보다 밤하늘의 별이 더 많은 법"이라며 낙담한 참모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벤저민 로즈(41)가 회고록 '있는 그대로의 세계
(The World as It Is)'에서 전한 당시 오바마의 모습이다.
뉴욕타임스가 회고록 내용을 입수해 주요 내용을 5월 30일(현지 시각) 소개했다.
평소 자신감 넘치고 나약한 내면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오바마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충격을 받은 듯
심한 감정의 기복을 보였다고 한다.
대선 직후 페루 방문길 의전 차량에서는 "만약에 우리(가 추구했던 노선과 가치)가 틀렸으면 어쩌지?"라는 말까지 했다.
오바마는 진보적 가치와 다양성을 추구한 자신의 정책들이 오히려 정권 재창출의 발목을 잡은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권자들이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진보주의자들은 망각했다.
공허한 다원주의·세계주의를 앞세워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는 칼럼을 읽고 특히 심란했다.
그는 "어쩌면 사람들은 이런 것(트럼프식 세계관)을 원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오바마는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으로 자신이 추구한 가치들과 성과들이 통째로 부정당할 것을 걱정했다.
참모들에게 "내가 마이클 콜레오네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대부' 시리즈에서 알 파치노가 연기한 콜레오네를 말한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콜레오네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조직의 보스가 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며 조직을 키워냈지만,
결국 가족을 잃고 쓸쓸한 최후를 맞는다.
트럼프의 당선 뒤 각국 정상이 보였던 반응도 이번 책을 통해 공개됐다.
오바마 못지않은 충격을 받은 이로 그려진 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메르켈은 오바마에게 "자유로운 국제 질서를 지켜내기 위해서 총리직에 한 차례 더 도전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고 했다.
오바마와의 마지막 회동에서 메르켈은 눈물을 글썽였고, 오바마는 "그녀는 홀로 남았다"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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